제발 저를 더 미워해 주세요. 저녁에 온 가족이 안방에 앉는다. 핑크는 김치전을 접시에 예쁘게 담아온다. 이번 겨울 김장 김치는 남해 장모님께서 직접 키운 배추에 직접 키운 고추로 담근다. 핑크의 김장 김치 중에서 최고의 맛이다. 그 김치를 총총 썰어서 넣고, 오징어도 넣은 밀가루 반죽으로 김치전을 만든다. 젓가락은 하나 .. 자전거 이야기 2006.01.11
얼굴없는 사람으로 얼굴없는 사람으로 오래 산다.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고, 감추진 능력를 알아주는 사람도 없다. 감추진 능력은 무엇이든지 할 수 있고 당당하다. 얼굴있는 사람으로 산다. 아는 사람이 많고, 감추진 능력은 바닥이 보인다.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이제는 숨고 싶다. 얼굴없는 사람으로 돌아간다. 얼굴.. 자전거 이야기 2005.12.24
집으로 간다. 하루가 간다. 한 일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집으로 가야 할 시간이 되면 후회를 한다. 왜 나태하게 생활했는 지. 집으로 가는 길. 싸늘한 바람. 희미하게 빛나는 별. 멀리 보이는 사람사는 곳의 불빛. 또 하루가 간다. 자전거 이야기 2005.12.21
뜻하지 않은 일 저녁 식사를 원한다. 몇 번 사양을 했지만, 업무적인 일에 영향을 미칠까 싶어 저녁 식사에 응한다. 업무적인 자료를 정리하여 간다. 약속 장소에 가니, 나 뿐만아니라, 여러 명이 있다.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들인데, 식사에 동행을 한다. 왜 그렇게 약속을 청하는 지 모르겠다. 장소도 마음대로 변경.. 자전거 이야기 2005.12.20
'툭' 한다고~ 1. 따져서 이길 수는 없다. 2. 사랑이라는 이름으로도 잔소리는 용서가 안 된다. 3. 좋은 말만 한다고 해서 좋은 사람이라고 평가받는 것은 아니다. 4. 말에는 자기 최면 효과가 있다. 5. '툭'한다고 다 호박 떨어지는 소리는 아니다. 6. 유머에 목숨을 걸지 말라. 7. 반드시 답변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 좋은글+스크랩 2005.12.17
아픈 마음보다 은수가 감기 몸살이다. 학교는 결석하기로 한다. 몸은 어른 크기이지만, 마음은 아이다. 그런데, 아픈 마음보다 다 큰 아들이 왜 엄살일까 싶다. 병원가서 주사맞고 약먹고 빨리 나으면 좋겠다. 자전거 이야기 2005.12.16
이럴 때는 정말 싫다. 사무실 앞쪽 2층 사람들 약속을 안 지킨다. 그렇다고 그냥 가만히 있으면 더 약속을 안 지킨다. 계속 말을 해야 함에 정말 싫다. 사람을 싫어하면 안 되는데, 싫은 사람이 생긴다. 이런 말을 하고 나면, 일이 안된다. 흥분을 진정시켜야 한다. 시간은 흐르고, 날이 어두워진다. 퇴근할 시간이 다가온다. 자전거 이야기 2005.12.15
편지 편지 - 정혜자 비가 내리자 땅에서는 알싸한 흙냄새 일제히 공중으로 떠올라 건조해진 몸속으로 파고든다. 어둠이 내리고 봄이 촉촉해질 즈음 바람타고 날아든 한 통의 편지. 어젯밤 어두운 표정이 맘에 걸려 말이 없어도 알수 있는 마음 편지에 묻어나는 사랑 소리없이 울었다.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 pink 시집 2005.12.13
입관 입관 - 정혜자 관이 열리자 좁고 긴 어둠이 연기처럼 피어 오른다. 화방사 주지스님의 염불은 허공을 웃돌고 오직 너의 속으로 삼키는 눈물만이 나를 휘감아 나간다. 울지 말거라. 마지막 순간을 눈물로 채우지 마라. 누구나 한 번은 가야 할 길. 몸속의 마지막 한방울의 피가 말라가는 그 고통으로 나.. pink 시집 2005.12.13
새벽을 열며 새벽을 열며 - 정혜자 새벽이 다가올수록 내 의식은 더욱 불투명해지고 늦여름 찬바람에 발이 시리다. 들리지 않는 친구의 서러운 얘기. 눈물 속으로 삼키는 이야기를 나는 애써 피하지 않는다. 이제는 나를 사랑하리라. 오늘은 그 끝이 보이지 않아도 내가 너의 소박한 이야기를 듣는 날이 끝이 없듯.. pink 시집 2005.12.13
공감 공감 - 정혜자 비가 올것 같은 하늘을 보면서 따뜻한 차한잔 생각나듯 몇마디 말 하지 않아도 눈으로 맘을 읽어주고 우울한 밤 하늘을 올려다 보면 함께 별을 보고 있을것 같은 그런 사람이 있다면 참 행복하다. pink 시집 2005.12.13
첫 그림 첫 그림 - 정혜자 크레파스를 잡은 고사리 손 엄마가 만들어 준 커다란 달력 그림판에 며칠동안 색색깔 비만 내리더니 오늘은 둥근 해가 떴다. pink 시집 2005.12.13
바다가 보이는 강의실에서 바다가 보이는 강의실에서 - 정혜자 나른한 토요일 오후 바다가 보이는 강의실에서 들리지 않는 파도소리에 귀기울인다. 슥삭슥삭 시험지 위로 일사천리 채워져가는 답안 항상 모자란다고 느끼지만 그 때는 모른다. 그 필요성을 이렇게 마음 졸이지 않아도 되는데 돌아오는 마음은 배가 고파 더 허전.. pink 시집 2005.12.13
내 속에 불났다. 내 속에 불났다. - 정혜자 내 안의 작은 불씨가 나를 향해 달려드는 불이 되고 망각의 시간이 길어 그것은 또다시 기지개를 켠다. 휑한 바람에도 떨어지는 노란 은행잎에도 가슴 아파 눈물이 나고 마음만 적시는 눈물이 강이 되어 바다로 가는데 내 맘과 다르게 돌아가는 세상 차마 내 속에 담아두기엔 .. pink 시집 2005.12.13
내게 남은 하나 내게 남은 하나 - 정혜자 너무나 당연하고 사소한 일들이 때론 나에게 절실할 때도 있다. 눈이 부신 투명한 가을 하늘도 아침공기를 마시며 숨차게 오르는 산길도 재잘대는 아이의 손을 잡고 걷는 거리도 겨자소스를 뿌린 해파리냉채의 톡 쏘는 맛도 신나는 랩송에 흥얼흥얼 콧노래도 모두가 축복인 .. pink 시집 2005.12.13
작은 아들 작은 아들 - 정혜자 “아빠, 다녀오겠습니다.” 끄덕! “할머니, 안녕하세요?” 끄덕! “밖에 자전거 타러 나갈까?” 끄덕! “배고프니? 우유 먹을까?” 끄덕! 말이 늦은 작은 아들 세상과 통하는 언어입니다. 살면서 고개 끄덕이는 일만 있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pink 시집 2005.12.13
할아버지 할아버지 - 정혜자 팔순을 훌쩍 넘겨 예고 없이 찾아든 치매 여든 여덟 해를 살아오며 남에게 싫은 소리 듣지 않고 참말로 선하게 사셨던 할아버지 밥 안주는 며느리를 고발하러 경찰서에 가셨다가 쫓겨오고, 칠십 년 살았던 고향을 못 잊어 매일 꿈속을 걸으시던 할아버지 시아버지의 마지막을 느낀 .. pink 시집 2005.12.13
건망증 건망증 - 정혜자 머리 빗을 찾다가 두 살배기 아들에게 눈 흘기고 휴대폰을 찾다가 또 한번 눈 흘기고 아이구, 미안해라 늦은 밤 화장대 서랍 안에 빗이 가로누워 있고 장식장에 휴대폰이 귀를 막고 잔다. 주부건망증은 길 건너 남의 얘긴 줄 알았는데. 거울을 보다 가끔 발견되는 흰머리 지나다 들린 .. pink 시집 2005.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