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nk 시집

편지

bike 2005. 12. 13. 12:07

편지 - 정혜자


 

비가 내리자

땅에서는 알싸한 흙냄새

일제히

공중으로 떠올라

건조해진 몸속으로 파고든다.

어둠이 내리고

봄이 촉촉해질 즈음

바람타고 날아든 한 통의 편지.

어젯밤 어두운 표정이 맘에 걸려

말이 없어도 알수 있는 마음

편지에 묻어나는 사랑

소리없이 울었다.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은

막연한 불안을 조금이나마 지워가고 있었다.

나를 아끼는 사람이 많이 있다는 건

나를 살게 하는 힘이다

마주 앉아 도란도란 얘기하며

맥주나 한잔 하고픈

봄비 내리는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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