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 정혜자
비가 내리자
땅에서는 알싸한 흙냄새
일제히
공중으로 떠올라
건조해진 몸속으로 파고든다.
어둠이 내리고
봄이 촉촉해질 즈음
바람타고 날아든 한 통의 편지.
어젯밤 어두운 표정이 맘에 걸려
말이 없어도 알수 있는 마음
편지에 묻어나는 사랑
소리없이 울었다.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은
막연한 불안을 조금이나마 지워가고 있었다.
나를 아끼는 사람이 많이 있다는 건
나를 살게 하는 힘이다
마주 앉아 도란도란 얘기하며
맥주나 한잔 하고픈
봄비 내리는 저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