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집이 팔렸다 광포리※ 975번지
빚으로 터를 고르고 집을 지었을 때
기쁨보다 살갗을 스치는 볕이 더 따가웠다
꽃그늘은 언제나 멀리 있었고
어머니는 늘 시간에 쫒기며
실핏줄이 터질 듯 고단한 몸을 부렸다.
떠날 줄 몰랐다 이리도 쉽게
곰삭은 세월만큼
뒤울안은 붉은 저녁놀로 물들고
생각이 비칠 것 같은 투명한 하늘아래
언젠가는 떠나질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세상일이란 일어나고 쓰러지는 시간 뒤에
끝내는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
해 저문 오늘에야 알았으나
세월은 마냥 달팽이 걸음
나는 아직도
어머니의 옷자락을 만지작거리며 놓지 못하고 있다.
※광포리: 경남 남해의 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