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nk 시집

이사

bike 2010. 4. 14. 11:49

친정집이 팔렸다 광포리※ 975번지


빚으로 터를 고르고 집을 지었을 때

기쁨보다 살갗을 스치는 볕이 더 따가웠다

꽃그늘은 언제나 멀리 있었고

어머니는 늘 시간에 쫒기며

실핏줄이 터질 듯 고단한 몸을 부렸다.


떠날 줄 몰랐다 이리도 쉽게

곰삭은 세월만큼

뒤울안은 붉은 저녁놀로 물들고

생각이 비칠 것 같은 투명한 하늘아래

언젠가는 떠나질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세상일이란 일어나고 쓰러지는 시간 뒤에

끝내는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

해 저문 오늘에야 알았으나

세월은 마냥 달팽이 걸음

 

나는 아직도

어머니의 옷자락을 만지작거리며 놓지 못하고 있다.

 

※광포리: 경남 남해의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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