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nk 시집

건망증

bike 2005. 12. 13. 11:59

건망증 - 정혜자


머리 빗을 찾다가
두 살배기 아들에게 눈 흘기고
휴대폰을 찾다가
또 한번 눈 흘기고

 

아이구, 미안해라
늦은 밤
화장대 서랍 안에
빗이 가로누워 있고
장식장에 휴대폰이
귀를 막고 잔다.

 

주부건망증은
길 건너 남의 얘긴 줄 알았는데.
거울을 보다 가끔 발견되는 흰머리
지나다 들린 손님은 아닐 테고
세월은 내게도 비껴가지 않는 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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