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nk 시집

손톱 깎기

bike 2005. 12. 13. 11:58

손톱 깍기 - 정혜자

                              
늦은 밤
쉿!
엄마는 정밀한 작업중이다.
잠귀가 밝은 작은아들의 손톱을
아무도 모르게 깎아야 한다.

 

어쩜 이리도 작고 예쁠까.

 

보드라운 손끝을 타고
밤은 아들을 꿈나라로 데려가고
함께 가지 못한 손톱은 그만 엄마에게 들킨다.

 

팅!
퉁겨져 나간 손톱은 호기심 많은 눈으로
까만 밤하늘에 초승달로 걸려 환하게 웃다가
어느새 창으로 스며들어와
내 곁에 눕는다.

 

쌕쌕
고르게 들리는 숨소리는
행복과 평화를 달고
자장가로 날아
엄마의 마음에 내려와 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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