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나에게 작은 밭을 준다.
시장에서 사지말고 부지런히 채소를 키워서 먹으라고 한다.
도라지는 매년 그대로 있고, 부추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남은 자리에는 콩, 배추, 무우, 오이, 가지, 고추를 심곤 한다.
빈자리를 조금이라도 만들기 위해, 나무는 밭 가장자리에 심는다.
풀은 계속 무성히 자라지만, 아버지의 부지런함에는 당하지 못한다.
그리고 늘 말씀하신다.
'애야! 풀 좀 뽑아라! 그렇게 게으름을 피우면 되나!'
아버지는 돌아가셨다.
밭은 그대로 있고 밭 관리는 나의 손에 달려있다.
풀만 무성히 자라고 있다.
이웃집에서 밭 가장자리에 심은 나무가 너무 많이 자라서 가지를 치달고한다.
태풍이 오면 넘어질 것 같다.
아버지가 심었던 나무인데, 이제는 나무를 잘라야만 한다.
아버지의 잔재가 사라짐에 아쉽다.
2그루만 남기고 모두 처리를 한다.
아버지가 옛날에 하시던 그 자세로 제법 큰 나무이지만 잘 정리를 한다.
나도 모르게 아버지가 일 하던 그 모양과 그 자세이다.
아버지가 나에게 준 선물이다.
항상 감사한다.
밭에서 일하기가 왜 이렇게 힘이 들까?
아버지가 살아계신다면 또 그 말을 할 것이다.
'부지런해라!'
아침에 운동을 하고, 저녁에는 산책도 하면서
아버지가 준 밭 하나를 관리 못한다.
모순된 나의 생활에 한숨만 나온다.
게으름으로 가득찬 마음을 챙겨본다.
2003.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