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이야기

12월인가 보다

bike 2004. 10. 13. 10:53

출장간다.
일찍 못 일어난다.
약속된 시간보다 늦게 일어나고 약속한 버스를 놓친다.
마음 상태가 많이 약해졌음을 느낀다.

 

1. 기분 좋은 말
  진주행 버스를 탄다. 옆에 이쁜 여대생이 혹시 앉을까 싶었는데 할아버지가 앉는다. 나이 든 아저씨가 아직도 방황하는 마음이 그대로 나타난다. 언제쯤에 이런 마음이 멀리 떠날 지...실제 나의 옆자리는 할아버지 할머니 아저씨 아주머니가 많이 앉는다. 대부분 옆에 앉은 사람은 슬쩍 얼굴을 보고 나에게 말을 건다. 나의 얼굴이 아주 평범하고 마음을 편하게 하는지 아니면 보잘 것 없는 사람으로 보여지는 지는 모양이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에게 먼저 한다. 오늘도 마찬가지다. 기분 좋은 아야기도 한마디 듣는다. '학생도 경상대학교에 다니나?' 대학 졸업한지 10년이 넘었고 세상살이에 고생도 많은데 아직도 대학생으로 보이는가. 아무튼, 기분 좋은 말이다.

 

2. 컴퓨터는 컴퓨터이다.
  영암에 있는 고객 사무실에 간다. 컴퓨터가 정상이 아니다. 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프로그램머이다. 기계를 수리하는 하드웨어 서비스맨은 아니다. 하드웨어 부분은 기술이 없고 거의 만지지도 않는다. 그러나, 가끔 관여할 때가 있다. 컴퓨터가 정상적으로 작동해야만 소프트웨어가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정상이 아닌 컴퓨터에 대충 소프트웨어를 설치할 수는 없는 것이다. 컴퓨터를 정상적으로 작동하도록 이것 저것 만져본다. 3시간 정도를 소프트웨어 부분을 만졌지만 정상 가동에 실패한다. 역시 안되는 것은 안되는 것이다. 부품을 교체해야만 되는 것이다. 컴퓨터는 기계이며, 고장난 것은 수리를 해야하는 당연한 결론을 내린다.

 

3. 항상 뛰어야 한다.
  작업을 마치니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경과된다. 영암에서 영산포로 가서 영산포역에서 기차로 평택을 가야한다. 영산포역까지 가는 시간이 거의 여유가 없이 아슬아슬하다. 마음은 급하고 걸음은 뛰기 시작한다. 저녁도 먹어야 하는데 시간이 없다. 기차 출발 5분전에 역에 도착한다. 안도의 한숨을 쉰다. 이런 생활의 연속이다.
  며칠 전에 들은 어느 분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나는 시간이 부족하여 잠도 편안하게 잘 수 없고 언제나 뛰고 바쁘게 활동했을때 일이 가장 처리가 잘 되었다. 시간이 많고 편안하게 일을 했을 때는 번번이 실수의 연속이었다. 지금도 너무 시간이 부족하지만, 현재 이 상태가 가장 좋은 상태임이 틀림없다고 생각해."

 

4. 여행 정보
  영산포역은 큰 역이다. 영산포라는 포구의 느낌처럼 역의 이미지도 나룻터같은 묵직하고 옛스러운 느낌을 준다. 이제 영산포역은 없다. 나주역과 영산포역을 합하여 외곽지역에 새건물로 '나주역'이 된다.
 
5. 눈이 내린다.
  나주역에서 기차를 탄다. 기차안은 따뜻하다. 창밖은 어둠에 쌍여 있고 나도 모르게 잠이 든다. 잠에 깨어나 창밖을 보니 길게 서 있는 불빛이 보인다. 무엇 일인가 한참 쳐다보니, 온 세상이 하얀 색이고 차들이 도로위에서 길게 정차해 있다. 눈이 내린다. 이제 창밖으로 사선으로 비껴가는 눈송이가 보인다.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집에서 나오는 불빛만 보인다. 가족끼리 오손 도손 앉아 있는 모습이 그려진다. 나도 그렇게 가족속에 앉아 있으면 얼마가 좋을까 생각한다. 두계역 이정표가 지나간다.

 

6. 또 뛴다.
  평택에서 안성으로 간다. 평택에서 안성까지는 직행버스가 있다. 직행버스를 이용하면 가장 빠르게 갈 수 있고 자주 버스가 있다. 하지만, 운송회사에 문제가 있는 지 직행버스가 자주 없다고 시내버스를 이용하라고 권한다. 시내버스를 타고 안성에 도착한다.  이미 10시가 넘은 밤이다. 안성에서 하루밤을 잔다.
  다음 날, 안성에서 일죽으로 간다. 일죽에 있는 고객 사무실에서 일을 한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기 위해 평택에서 마산까지 기차를 타야 한다. 또, 시간이 아슬아슬하다. 또 뛴다. 기차 출발 5분전에 평택역에 도착하여 마산행 기차를 놓치지 않고 탄다. 숨이 찬다. 긴 안도의 한숨과 작은 미소로 함안을 향하여 간다.

 

7. 12월이다.
  마산역에 도착한다. 어떤 할아버지가 기차에서 내리는 손자를 보고 너무 좋아한다. 그냥 손자 보는 것이 마냥 좋은 모양이다.
  마산역에서 함안가는 기차를 타기위해 약 20분 정도 대합실에서 기다린다. 우연히 돌린 고개에 대합실 가운데 성탄 추리를 본다. 그래, 12월이다. 성탄절이다. 1년이 한꺼번에 지나간다. 이렇게 사는 것이 인생인가 보다. 기차를 타고 함안을 향한다.
 
2001.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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