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이야기

자연은 나를 충고한다.

bike 2004. 10. 13. 01:01

일년에 한 번은 꼭 후회와 다짐을 한다.
왜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는가?
운동을 하자.
부지런하자.

 

아버지는 농사를 짓는다.
700평 정도이다.
힘든 일은 대부분 내가 한다.
1년에 두번은 항상 의무 사항이다.
모내기와 타작이다.
모내기는 별로 힘들지 않다.
타작은 힘들다.
논에서 집으로 옮기고 집에서 건조하기 위해 옥상에 올리는 일이다.

 

오늘은 타작하는 날이다.
매일 사무실에 앉아 손가락만 움직이는 일을 하다가
넓은 들에서 나락 가마니를 들고 나른다.
어지럽다.
호흡이 가파진다.
또 다짐을 한다.
정상적인 생활을 하자.
운동을 하자.
부지런하자.

 

해마다 경운기로 함께 나락을 옮겨 주시는 분이 있다.
마음이 너무 좋다.
음료수 술도 안 마시고 그냥 계속 일만 한다.
다른 사람들의 어려움도 너무 쉽게 이해해 주시는 분이다.
하지만, 올해는 무언가 다르다.
일을 너무 열심히 한 탓인지
걸어가는 뒷 모습을 보니 약간 절룩거린다.
다리가 아픈 모양이다.
힘들어 하는 모습이 바로 눈이 띈다.
세월 앞에 장사는 없는 것이다.

 

올해는 풍년이다.
가마니 수도 많고, 알맹이도 가득 찬 나락이다.
내년까지는 먹을 충분한 우리 집 양식이다.

 

자연은 항상 나를 충고한다.
자연과 함께
인간의 습관대로
일 할 시간에 일하고 잠 잘 시간에 잠을 자라고
기본적인 운동은 하라고
부지런히 생활하라고.

 

2001.12.07 

 

pink/은수 -  함께 운동장을 달리자고 애원해도 안듣더니 조금 깨달으셨나요. 무리하지말고 조금씩 함께 운동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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