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누나 메일에서 좋은 시를 소개한다.
참 좋다.
길 가는 자의 노래 / 류시화
집을 떠나 길 위에 서면
이름없는 풀들은 바람에 지고
사랑을 원하는 자와
사랑을 잃을까 염려하는 자를
나는 보았네
잠들면서까지 살아 갈 것을 걱정하는 자와
죽으면서도 어떤 것을 붙잡고 있는 자를
나는 보았네
길은 또다른 길로 이어지고
집을 떠난 그 길 위에 서면
바람이 또 내게 가르쳐 주었네
인간으로 태어난 슬픔을 . .
다시는 태어나지 않으리라 다짐하는 자와
이제 막 태어나는 자
삶의 의미를 묻는 자와
모든 의미를 놓아버린 자를
나는 보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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