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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 천상병

bike 2007. 2. 28. 16:33

점심을 얻어먹고 배부른 내가
배고팠던 나에게 편지를 쓴다.

 

옛날에도 더러 있었던 일,
그다지 섭섭하진 않겠지?


때론 호사로운 적도 없지 않았다.
그걸 잊지 말아주길 바란다.

내일을 믿다가
이십 년!


배부른 내가
그걸 잊을까 걱정이 되어서


나는
자네에게 편지를 쓴다네.


 

천상병

  일본 효고현(兵庫縣) 히메지시(嬉路市) 출생.
  1955년 서울대학교 상과대 4년 중퇴.
  1949년 마산중학 5학년 때, 《죽순(竹筍)》 11집에 시 《공상(空想)》 외 1편을 추천받았고,
  1952년 《문예(文藝)》에 《강물》, 《갈매기》 등을 추천받은 후
  여러 문예지에 시와 평론 등을 발표했다.

  1967년 7월 동베를린공작단사건에 연루되어 6개월간 옥고를 치렀다.
  가난·무직·방탕·주벽 등으로 많은 일화를 남긴 그는 우주의 근원, 죽음과 피안,
  인생의 비통한 현실 등을 간결하게 압축한 시를 썼다.
  1971년 가을 문우들이 주선해서 내준 제1시집 《새》는 그가 소식도 없이
   서울시립정신병원에 수용되었을 때, 그의 생사를 몰라 유고시집으로 발간되었다.

  ‘문단의 마지막 순수시인’ 또는 ‘문단의 마지막 기인(奇人)’으로 불리던
  그는 지병인 간경변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주막에서》, 《귀천(歸天)》, 《요놈 요놈 요 이쁜 놈》 등의 시집과
  산문집 《괜찮다 다 괜찮다》, 그림 동화집 《나는 할아버지다 요놈들아》 등이 있다.
  미망인 목순옥(睦順玉)이 1993년 8월 《날개 없는 새 짝이 되어》라는 글모음집을 펴내면서
  유고시집 《나 하늘로 돌아가네》를 함께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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