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이야기

아버지를 닮다.

bike 2004. 10. 13. 19:52

   어제는 태풍으로 일부분이 날아간 지붕을 수리하고, 오늘은 물이 새는 수도관 수리를 한다. 어떻게 수리를 하나 걱정을 한다. 하지만, 혼자 힘으로 충분히 가능하다. 망치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망치가 있고, 못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못이 있다. 집 수리를 할 환경이 갖추어져 있다. 아직도 아버지의 손길이 남아있다. 아버지가 쌓아놓은 모래, 비닐로 밀봉하여 통에 보관한 시멘트, 그리고 미장할 때 사용하는 도구들이 그대로 있다. 꼭 필요한 것이 꼭 필요한 위치에 있다.

 

   아버지는 약주로 기분이 좋을 때 나에게 왔다. 약간의 눈물을 머금고, 그러나 웃으면서 지난 일들을 이야기했다. 할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셨다. 아버지는 어린 나이에 고아가 되었다. 할아버지는 가정에 충실하지 못했다. 아버지는 할아버지 때문인지 화투를 싫어했다. 가끔 심심풀이하는 화투도 아버지는 화를 많이 냈다. 할아버지가 못한 일들을 아버지는 했다. 가난을 이겨내고, 아들 딸 공부시키고, 종손으로 잃었던 조상도 모두 찾았다. 아버지가 한 일에 대해서는 자식에게 물러주지 않고, 자식들이 열심히 살 수 있도록 했다. 모든 일을 깨끗하게 마무리하고, 아버지가 없어도 아버지가 하던 모양으로 똑같이 하도록 준비를 했다.

 

   아버지는 모양보다는 실속을 좋아했다. 예쁜 모양보다 안정성을 좋아했다. 아버지는 일반 가정집을 많이 지었다. 아버지가 지은 집은 언제나 튼튼하고 믿음이 있었다. 겉모양이 속모양보다 좋은 적이 없었다. 그것이 아버지의 삶이었다.

 

   힘들지 않게 수도관 수리를 마친다. 아버지가 가르쳐준 집수리의 노하우 때문이다. 아버지는 집수리를 할 때 나를 불렀다. 그 때는 일하기가 싫었다. 그 시간에 다른 일을 하는 것이 훨씬 좋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아버지의 부탁이라 대부분 함께 집수리를 했다. 이제는 그것이 아버지가 나에게 준 귀중한 유산이 된다. 차를 타면서 우연히 거울에 비친 나의 얼굴을 본다. 아버지의 모습 그대로이다. 아버지를 닮아 간다.


2003.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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