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이야기

가을여행

bike 2004. 10. 13. 19:53

함안-평택-안성-죽산-두현리-죽산-평택-함안


   화창한 가을날이다. 덥지도 춥지도 않다. 과일이 익어 가는 모습이 차창 너머로 보인다. 벼는 황금색을 띄고 있다. 어디로 가는지? 차에 몸을 맡긴다. 처음 가는 곳이라 약간은 걱정하면서 목적지를 향하고 있다. 인생도 이런 것일까? 처음 가는 길을 이정표에 따라 찾아가는 것처럼, 우리 인생도 한 걸음씩 길을 가는 것으로 생각이 든다. 길을 모르면 옆사람에게 물어보고, 잘못 가고 있다면 다시 돌아와 다른 길을 가기도 한다. 우리의 인생이 길과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시골 완행버스를 탄다. 가을 날씨에 운전사는 기분이 좋다. 트로트 메들리를 크게 볼륨을 올린다. ♬ 꿈이 였다고 생각하기엔 ♬ 너무나도 아쉬움 많아~♬♬  승객에게는 아무런 관심 없이 계속 노래를 따라 부르면서 운전을 한다. 아차! 버스 정류소에 기다리는 손님을 보지 못하고 지나간다. 깜짝 스스로 놀라면서, 다시 정류소로 돌아온다. 가을 날씨가 사람의 마음을 풍요하게 만든다. 아무도 화를 내는 사람 없이 그냥 웃는다.
 
   안성에서는 '바우덕이축제'로 시내 전체가 화려하다. 바우덕이는 안성시에 있는 지명 이름이 아니라, 유명한 사당패 여자 이름이다. 생소한 이름의 바우덕이! '안성남사당패에는 바우덕이라는 특별한 영혼과 능력을 갖춘 개성 있는 여인이 있었다. 그녀는 탁월한 능력으로 경복궁 중건에 동원되어 사기가 떨어진 많은 공역자들과 백성들에게 신명의 힘을 불어넣어 주었다. 이렇게 하여 엄청난 규모의 경복궁 중건사업은 잘 마무리될 수 있었다. 아마 바우덕이가 없었다면 흥선대원군은 경복궁을 중도에 포기해야 했을지도 모른다. 바우덕이가 공연을 할 때는 얼마나 신명이 났던지 공역자들은 등짐에 짐도 지지 않고 분주히 뛰어다니며 '얼쑤 얼쑤' 흥을 어우르기만 했다는 일화로 미루어 볼 때 당시의 감흥과 신명이 어떠했는지 짐작이 간다. 당시의 이 사건은 매우 큰 충격이었다. 민중이라는 개념도 없었고 대중이라는 개념도 없었던 시기에, 대중문화 특히 연예의 힘인 스타가 탄생한 것이다. 이러한 공로에 보답하기 위해 흥선대원군은 바우덕이가 이끈 천민 집단인 안성남사당패에 당상관 정삼품의 벼슬을 내려 주었는데, 이것이 바로 안성남사당패 영기(令旗)에 걸어준 옥관자였다.(바우덕이축제 홈페이지에서)'

 

   나는 완벽을 좋아한다. 무엇이든지 완전한 준비를 즐기는 편이다. 하지만, 실제에서는 어수룩하고 실수를 많이 한다. 플라톤은 행복의 조건으로 다섯 가지를 말한다. 이 다섯 가지를 읽고 나니, 어수룩하고 실수하는 것이 바로 행복임을 깨닫는다. '첫째, 먹고 입고 살고 싶은 수준에서 조금 부족한 재산. 둘째, 모든 사람이 칭찬하기에 약간 부족한 용모. 셋째, 자신이 자만하고 있는 것에서 사람들이 절반 정도밖에 알아주지 않는 명예. 넷째, 겨루어서 한 사람에게는 이기고 두 사람에게 질 정도의 체력. 다섯째, 연설을 듣고서 청중의 절반은 손뼉을 치지 않는 말솜씨.(좋은생각에서)'

 

   가끔 나에게 생활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는 친구가 있다. 어떻게 말을 해야 좋을 지 암담한 경우가 많다.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지, 답이 있다. '좋지 않은 소식을 전할 때는 더하거나 빼지 말고 들은 대로 말한다. 상대보다 더 불행한 사람이 있다는 식의 위로는 피하라. 나쁜 상황에 빠뜨린 사람을 비난할 때 동조하지 말라. 다만 조용히 들어 주라. "너한테도 잘못이 있어"라고 말하지 말고 대신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말해 줘"라고 한다. (좋은생각에서)'

 

2003.09.30 

'자전거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늘은 힘이 없다.  (0) 2004.10.13
삶의 흔적  (0) 2004.10.13
아버지를 닮다.  (0) 2004.10.13
달빛은 내마음의 거울  (0) 2004.10.13
나의 시간  (0) 2004.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