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이야기

프로그래머

bike 2004. 10. 13. 18:53

군복무 마치고 컴퓨터를 배운다.
대학 복학까지 8개월 정도 남는다.
컴퓨터 학원을 8개월 동안 다닌다.
큰 디스켓 2장을 넣어서 사용하는 8bit 컴퓨터이다.
디스켓 2장으로 만들고 싶은 프로그램을 만든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작은 용량이지만, 그것으로 엄청난 일을 할 수 있었다.)
프로그래머의 시작이다.

 

올해로 프로그래머의 15년 인생이 시작된다.
아직도 나는 프로그램 개발자다!

 

데브피아 ( http://www.devpia.com)
프로그램 개발자 모임 사이트이다.
프로그래머의 마음을 잘 표현하는 글이 있다.

 

난 개발자요! - 컬럼니스트 태권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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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 실 ] 

  당신은 개발자인가? 당신은 너무 바쁘다. 오늘 당장 만들어내고 디버깅 해야 할 코드가 산더미처럼 있다. 업무 관련 메일들을 정리하고 코딩 이외의 업무도 해야 한다. 거래처 혹은 고객들과 전화통화를 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이 싫은 소리를 하지 않도록 다양한 노력을 해야 한다. 트렌드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틈틈이 기술 잡지를 봐줘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공부를 멈추어선 안된다. 각종 기술 웹사이트를 돌아다녀야 하고 읽어야 할 책들이 넘친다. 그러나 불행 이도 당신은 친구와의 술자리에 참석해야 하고 미뤄왔던 취미 생활을 해야 하며 이니셜D를 보면서 드리프트의 꿈도 키워줘야 하고 가정이 있다면 평화를 지키기 위해 가족들에게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어디 그뿐이겠는가?  


[ 왜 이렇게 고달픈가? ] 

  개발자 인생의 고충은 그 이유가 대단한 것이 아니다. 바로 끊임없이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배우지 않는 일이 어디 있겠나 만은, 개발 일은 배움의 밀도가 웬만한 일보다 훨씬 높다. 게다가 배움의 깊이가 깊으면 깊을수록 배울 것이 줄어들기는커녕 더 많아진다. 그리고 결정적인 카운터 펀치는 고생해서 배웠던 것들이 몇 년이 지나면 무용지물로 변한다는 점이다.
  무용지물. 자신이 점점 퇴물이 되어 간다는 위기감을 느껴본 경험이 있는 개발자라면 필시 자신이 정녕 프로그래밍에 소질이 있는지 자문해본 경험도 있을 것이다. 혹시 컴퓨터에 미쳐서 자신의 진짜 재능을 모르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필자도 한때는 배추장사를 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 했으니까. 


[ 호러! ] 

  학창시절이나 작은물(?)에서 뛰어 놀 때는 자신이 컴퓨터 천재가 아닐까? 하다가, 사회에 나와 보면 어처구니 없을 정도의 천재들을 만나게 된다. 그러면 주눅들고, 이 길이 아닌 것 같고, 왠지 모를 슬픔에 잠긴다. 한때는 다들 신동 소리 들었음 직한 그대인데, 어찌하여 세상에는 이렇게도 재능 있는 사람들이 많단 말인가! 


[ 정신차려라. ]

  하지만 개발자여! 그대가 컴퓨터에 미친적이 있고, 창조하는 기쁨에 들떠서 인간이 잠을 자는 동물인지 아닌지 헷갈린 경험이 있다면, 당신은 배추장사 보다는 개발자가 되는 편이 확실히 낫다. 왜냐면 "끼"가 있으니까. 그대가 천재가 아닌 점은 대단히 유감스럽다. 하지만 자신이 꼭 천재일 필요는 없다. 자신이 천재라는 유아틱한 발상은 이제 그만 버려주시고 자신이 지금 맡고 있는 일을 돌아보라.
  이 세상에서 땀흘리는 노동 중에 소중하지 않은 노동이 어디 있겠는가? 그대에게 적합한 역할과 임무가 그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고 그것은 그대만의 창조물이다. 소중하지 않은 노동은 회충의 노동이다. 다행이도 당신은 회충이 아니다. 


[ 공짜는 없다. ] 

  당신이 피땀 흘려 익힌 지식. 그것이 머지 않은 시간이 지나면 무용지물이 된다 하더라도, 오늘 당신의 지식으로 작성한 코드는 경험이라는 나무가 되고, 그 나무가 많아지면 통찰이라는 숲이 된다. 완전히 쓸모없는 무용지물이란 없다.
  지식은 경험의 나무를 심을 수 있는 토양이며 없어지는 토양이란 없다. 훌륭하게 자란 나무는 비록 그 땅의 일부들이 쓸모없어 진다 하더라도 숲을 푸르게 한다. 나아가 나무 한두 그루가 쓸모없어진다 하더라도 숲은 변하지 않고 거대한 통찰이 되어 비로소 거대한 인물을 낳는다. 경험하고 경험하고 경험할 일이되 쓸모없는 경험이란 없는 것이다. 
  최신의 기술을 조금 먼저 익혔다고 해서 교만해지는 사람을 주위에서 보게 된다. 또 특정 분야에 더 영민하다고 교만해지는 사람도 있다. 거대한 통찰을 가진 이가 보기에 그 사람이 얼마나 딱해보일까. 넓고 깊은 시야가 어디 공짜로 얻어지겠는가? 


[ 젊은그대! ] 

  2003년이 밝았다. 날짜에 연연하는 것도 식상하겠지만 어쨌든 마음을 추스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 만은 분명하다. 나는 안된다는 패배감에서 벗어나 당신의 자리를 찾아라. 피땀흘려 배운 지식이 쓸모 없어 진다고 한탄하지 말지어다. 지금까지의 경험이 큰 숲을 이루어 가고 있는 중이다. 교만한 그대여. 경험 많은 선배들을 무시 하지 마라. 그대가 더 클 수 있는 씨앗은 그들의 나무에서 떨어진다. 2003년 올해도 개발자 파이팅이다! 

 

2003.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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