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이야기

행복, 좋은생각

bike 2004. 10. 13. 18:52

함안->대전->제천->대전->함안

기차

 

밤이 깊어간다.
3시가 넘어 잠자리에 든다.
한순간의 기쁨과 슬픔에 계속 매달린다.
기쁜 일은 기쁜 일로 계속 기쁨을 느끼고 느낀다.
슬픈 일은 슬픈 일로 계속 슬픔에 머물고 머문다.
사소한 한 순간을 벗어나지 못한다.
나이이다.
세월은 흐른다.
나이가 들수록 좋든 나쁘든 한 자리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다.

 

아침 7시!
아내의 깨우는 소리에 일어나 아침을 먹는다.
이것도 복일까?
언제나 밥은 맛있다.
그냥 한 그릇을 먹는다.
대전행 기차를 탄다.
자리에 앉자 바로 잠에 든다.

 

눈을 뜨니 창너머 싸늘한 겨울 풍경이 지나간다.
멍하니 바라보며 나만의 행복을 가져본다.
정해진 목적지를 향하여 가는 단순한 마음 자체가 좋다.
나는 많은 행복을 가지고 있다.
언제든지 잠이 오면 마음껏 잘 수가 있다.
모두가 잠든 고요한 밤에 신나는 노래와 함께 일을 즐긴다.
잠옷 차림으로 하루종일 일할 수 있다.
장거리 여행에 돈도 번다.
예쁜 아내가 있고 말 잘 듣는 아들과 튼튼한 아들이 있다.

 

대전에서 제천가는 기차를 기다린다.
1시간 20분의 여유가 있다.
어디선가 노래가 들린다. - 이선희 '나 항상 그대를'
요즈음 따라 이 노래가 많이 나온다. 알고보니 가문의 영광 ost이다.
대전역 대합실에서 '좋은 생각 11월'을 읽어본다.

 

- 첫아이를 낳은 아내에게 남편은 "딸이야. 간호사들이 이렇게 예쁜 아이는 처음이래"하며 기뻐했다.
- 거리에 쓰러진 할머니를 병원까지 업어주고, 그날 밤 나는 살아온 날 가운데 가장 편한 잠을 잤다.
- "내가 오랫동안 여기 앉아 생선을 팔았는데 총각처럼 따뜻하게 얘기해 준 사람은 없었어"
- 친구가 돈을 갚지 않아 애가 탓지만 자존심이 상할까 봐 기다렸어요. 며칠 뒤 늦어서 미안하다며 저녁을 사 주더군요.
- 늦은 밤, 택시를 탈까 망설이다가 버스를 기다렸는데 어머니가 타고 계셨어요. 오랜만에 어머니와 밤하늘을 보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 어느 겨울날, 호빵을 사다 주신다는 아버지 말씀에 졸음을 꾹 참고 기다렸어요. 새벽녘에야 자전거를 타고 돌아오시는 아버지 손에는 따끈따끈한 호빵이 들려 있었답니다.
- 세상 모든 아기들이 사랑 안에서 자라기를... 이레나타 수녀님. '레나타'는 라틴어로 '새로 태어나다'라는 뜻.
- 이 세상은 오해의 세상이다. 귀를 막고 덤비는 경솔한 오해를 면할 수 없다. 오해를 두려워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행동은 없다. 진리로 믿는 것을 밀고 나가야 한다. 진정 두려워해야 할 일은 남에게 비방받는 일이 아니라 남을 비방하는 일이다.
- 김용택님의 '들국화'
- 아하! 짧고 편해 보이는 길이 때로는 더 멀 수 있고, 험해 보이는 길이 때로는 더 좋을 수 있다는 것이구나.

 

제천가는 기차를 탄다.
빗방울이 한방울씩 내린다.
흐린 날씨에 이제 비가 오고, 창너머 보이는 도로만 선명함을 드러낸다.
제천에서 작업을 하고
다시 대전으로 돌아와 함안으로 돌아온다.
새벽 잠을 깬 아내가 함안역에서 기다리고 있다.
아내의 차에 몸을 실고 나의 집으로 안전하게 돌아온다.
하루가 지난 새벽 4시이다.
 
2003.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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