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 일기/4월13일~4월26일/13일
<2002년 4월 13일>
성당에서 주일학교를 마치고 나오니, 아이들이 나를 부른다. 까치 새끼 2마리가 있다. 나무에 떨어져 다쳤다고 한다. 날지를 못한다. 어린 까치를 어떻게 할 것인지 아이들끼리 고민이다. 한마리는 다리가 부러졌고 한마리는 개가 물어서 목이 이상하다고 한다. '그래! 가자! 동물병원에 가보자!' 아이들은 소리를 지르면서 까치가 든 박스를 따라 줄줄이 동물병원으로 향한다.
동물병원에서 하는 말. 까치가 아픈 것이 아니고, 요즈음 시기적으로 둥지에서 새들이 자주 떨어진다고 한다. 아마, 날기 위해 움직이다 땅으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한다. 둥지 주위에 놓아두면 어미가 와서 먹이를 줄 것이라고 한다. 다시 성당으로 향한다. 까치 집이 있는 나무 높은 곳에 박스를 달아놓고 집으로 돌아온다. 어미가 와서 먹이를 주길 바라면서.
<2002년 4월 14일>
하루가 지난다. 나무에 달아놓은 박스가 움직임이 없고 조용하다. 아마 먹지를 못해 죽은 것 같다. '그대로 놓아두면 죽을 것이다. 사람이 먹이를 주어야 한다!' 주위에서 말들을 한다. 사다리를 놓고 올라가 보니, 입을 쩍 벌리고 먹이 달라고 야단이다. 그 놈들 하루가 지났지만, 죽지 않고 살아있다. 쌀이나 밥을 주면 살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식당에서 밥을 얻어 먹인다. 잘도 받아먹는다. 누가 키울 사람이 없어 집으로 가져온다. 새로운 식구가 생긴 것이다.
<2002년 4월 15일>
사무실 일 때문에 신경을 쓰지 못했다. 핑크가 먹이를 잘 준다. '아~'하면 새들이 입을 쩍 벌린다고 한다. 배가 고프면 운다. 울면 먹이를 준다. 먹이는 밥에 물을 타서 준다. 까치는 잡식성이다. 아무것이나 잘 먹는다. 다행이다. 똥을 눌때는 몸을 앞으로 숙이면서 몸을 비틀면서 꼬리를 흔들면서 높이 들고서 한 순간에 뿅한다.
<2002년 4월 16일>
한마리는 생생한데, 한마리가 먹이를 잘 먹지 못한다. 생생한 한마리 때문에 한쪽 구석으로 밀려나간다. 집을 둘로 나눈다. 먹이를 잘 못는 한마리가 편하게 먹이를 먹을 수 있도록 한다. 출근전에 먹이를 주고, 자전거2가 오후에는 먹이를 준다. 점심때는 핑크가 먹이를 준다.
<2002년 4월 17일>
조금 아픈 한마리가 생기를 찾는다. 먹이 달라고 입을 쩍쩍 벌린다. 건강하게 잘 자라서 날아갈 것 같다. 다시 2마리를 합친다. 저녁에 자세히 보니 또 한마리가 밀려 나간다. 다시 2마리를 분리한다.
<2002년 4월 18일>
2마리 모두 잘 울고 잘 먹고 생생하다. 베란다에는 까치의 배설물로 냄새가 조금 난다. 일요일에는 집을 청소해야 한다. 핑크가 짜증을 낸다. 하루종일 먹이 달라고 운다고 한다. 빨리 자라서 푸른 하늘을 자유롭게 날 수 있어야 하는데...
<2002년 4월 19일>
어제는 사무실에서 밤새 일하고 사무실에서 잠을 잔다. 아침에 전화가 온다. 1마리가 죽었다고. 어제는 활기있게 먹이를 잘도 먹더니. 제법 몸도 큰 새끼인데 죽는다. 땅에 묻어 준다. 새를 키우는 사람이 키워야 한다. 먹이를 밥만 주었고, 물과 함께 주었다. 이것이 잘못된 것 같다. 그래서 설사만 했는데 알지 못했다. 남은 1마리는 날개짓을 하고 박스(우리)를 나와서, 베란다에서 왔다 갔다 한다. 오늘부터는 곡식을 준다. 밥과 곡식을 번갈아 가면서 줄 예정이다. 빨리 자라서 자연 속으로 가길 바란다.
날아갈 듯 하면서도 날지를 못한다. 사람과 친숙한 지 가까이 있어도 도망가지 않는다. 활짝 열린 창문 턱에 앉아 머뭇거린다. 아직 날기가 어렵는 모양이다. 손으로 잡아 다시 집에 넣는다. 베란다에 배설물을 싸기 때문에, 집의 높이 한 단계 더 높인다. 그리고 덮개도 씌운다. 날개가 있기에 조금 퍼덕이도 우리를 빠져 나오기 때문이다. 마음대로 날 때까지 먹이를 주면서 관리하기로 한다.
<2002년 4월 22일>
어딘가로 날고 싶은 모양이다. 밖으로 놓아주면 날아가지는 않고 사람만 쳐다본다. 아직 어려서 날지를 못하는 것인지, 사람을 좋아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오늘 날다가 퍼덕거리다가 나의 바지를 발가락으로 쥐고 달려있다.
집을 청소한다. 자기 집을 만진다고 짹짹거린다. 집에 넣기 위해 손으로 잡으면 더욱 더 짹짹거린다. 핑크가 말한다. '새를 잡나~'
<2002년 4월 24일>
사람소리만 나면 짹짹거리면서 퍼덕거린다. 혹시 날까 싶어 오늘은 아파트 앞 공터에 가져간다. 아예 날아갈 생각도 안한다. 도망가지도 않는다. 그냥 얼굴만 빤히 쳐다보면서 짹짹거린다. 다시 들고 집으로 온다. 몸은 커지만, 아기처럼 입만 쩍쩍 벌리고 있다. 빨리 성장해서 자유롭게 날기를 바란다.
<2002년 4월 26일>
어제 아침에는 아픈 지 생기가 없었다. 오후에는 정상적으로 활기가 있었다. 한 밤중에 갑자기 어떤 아이디어가 있어 사무실에 나왔다. 아침에 전화가 온다. 핑크의 전화다. 까치가 이상하다. 울어야 하는 데 울지 않고 옆으로 누워있다고 한다. 잠시 후에 죽었다고 한다. 진짜 새는 새를 아는 사람이 키워야 하는 것이다. 까치 집을 보니 오늘은 설사를 많이 한 흔적이 있다. 집에서 야생새를 키운다는 것이 무리이다. 그리고 신경도 많이 쓰지 못한다. 직접 땅에 묻는다. 그리고 살던 집도 불에 태운다. 우리집에 새로 들어온 까치 2마리는 제대로 한번 날지도 못하고 모두 죽었다.
'자유롭게 날기를 기대했던 모든 분께 죄송합니다.'
2002.04.26
이 - 오랫만에 들어왔는데요. 이 글을 읽으면서 또 콧날이 찡해지고 눈물이 핑 도네요. 댁의 사는 모습이 실로 아름답습니다.
pink - 베란다 문을 열면 까치가 우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아직도 배가 고프다고 입을 쩍쩍 벌리면서.. 아까운 생명이 제대로 날지 못한것이 슬프게 한다. 부디 꿈에서라도 훨훨 날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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