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이야기

부처님 오신 날 - 설정 스님 문답

bike 2011. 5. 10. 09:08

부처님 오신 날

우연히 설정스님의 문답글을 읽고,
또 다르게 검색하여 읽어본다.

하심에 대한 마지막 문답에서 답변보다는 직접 죽을 끓인다는 점이 좋다.
높은 곳에 있어도, 풍요할지라도,
기본적인 의식주에 관련된 일을 직접한다는 것이 바로 하심이 아닐까 생각한다.



-외국인들이 한국 불교의 어떤 매력 때문에 수행하러 오는 걸까요.

외국에서 한국 불교를 접한 것은 숭산 스님이 미국에서 활동했던 시기로 20여 년밖에 되지 않았어요.
서구 사상은 수직적이고 이분법적입니다.
서구 사상만으로는 지구촌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오히려 더 악화시킨다는 것을 그들도 알게 된 것이죠.
선(禪)을 통하지 않고는 인간 최고의 안정이 실현될 수 없다는 것을 서양에서도 자각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선(禪)을 쉽게 설명해주시죠.

망상을 일으키지 않는 것입니다.
일체 잡념이 없는 것, 청정해서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 상태죠.
맑은 마음이라 할 때는 선과 악도 없죠. 가령 구정물통을 막대기로 저으면 계속 구정물이 나옵니다.
그걸 멈추게 하려면 그냥 내버려둬야 가라앉습니다.


-깨달음은 무엇인가요.

내가 나를 찾는 것. 잃어버리고 살았던 나를 다시 찾는 것이죠.
중생은 생사의 윤회에서 벗어날 수 없는데 참나를 찾으면 생사가 끊어지고 주관과 객관이 떨어집니다.
우주와 내가 둘이 아닌 것이죠.
인간이 고통받고 괴로운 것은 우주와 내가 나뉘어 있기 때문입니다.


-집착을 버리는 게 쉽지 안잖습니까.

생각을 내려놓아야죠. 현대인들은 복잡한 현실을 한번쯤 내려놓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돈이다 명예다 일체 복잡한 것을 내려놓고 나면 마음이 깨끗해지죠. 깨끗하고 안정돼 있을 때 사물을 제대로 보게 됩니다.
참선은 불교의 전유물은 아닙니다. 진리로 가는 길은 그렇게 복잡하고 어려운 길은 아닙니다.
자기 삶에 충실하고 진실하면 됩니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이해 덕담 한마디 해주십시오.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이 남을 사랑할 수 있습니다. 나의 생명은 소중한 것이고 가치가 있습니다.
매사에 긍정적으로, 감사한 마음으로 살고 남을 속이지 않으면 어디에 있던, 가는 곳마다 주인이 될 것입니다.

 

―세상엔 여전히 어려움이 많습니다. 좋은 말씀 하나 해주시죠.

삭풍(朔風)이 항상 부는 것은 아닙니다. 소나기도 하루 종일 오지 않습니다.
어려움 뒤에는 반드시 기회가 옵니다. 그 기회를 잡으려면 평소에 노력하고 부지런해야 합니다.
삶은 희망이고, 모든 것은 용기의 문제입니다. 용기를 잃지 않으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습니다.
'부지런하면 천하에 어려운 일이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누가 해 주길 바라기 전에 스스로 개척하고 부지런하게 노력하면 곳곳에 일거리가 쌓여 있습니다.
또한 모두가 하심하는 자세를 가졌으면 합니다. 마음을 낮춘다는 하심은 비열하거나 굴종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매사에 거리낌 없고 당당하고 떳떳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이 하심입니다.
자기 중심이 분명하되 자기를 내려놓고 마음을 비우는 것이 하심이지요. 모두가 하심한다면 희망찬 세상이 열릴 것입니다."


―그렇지만 일상생활에서 하심은 쉽지 않습니다.

예를 하나 들지요. 제가 어렸을 때 지금 인천 용화선원 원장이신 송담 스님이 선방(禪房)에서 규율을 담당하는
입승(立繩)을 맡으신 적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새벽 제가 죽을 끓이다 보니 솥에 지네가 빠져 있었습니다.
공양시간은 다 됐고, 죽 한 솥을 다 버릴 수도 없어서 송담 스님께 여쭸습니다.
스님은 '나 말고 지네 빠졌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있느냐'고 물으시더니 '건져내고 대중들에게 드려라'고 하셨어요.
당신도 한 그릇 맛있게 비우시더니 대중들 앞에서 저를 보고 '맛있게 죽을 끓여줘서 고맙다'고 하시더군요.
죄송한 마음에 몸 둘 바를 모르는 저를 그렇게 위로해 주신 것이죠.
인자하고 곧은 마음, 하심하는 마음은 모든 것을 수용할 수 있는 큰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