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이야기

무소유 - 법정스님의 책을 읽고

bike 2010. 4. 21. 16:22

무소유   
- 법정 저 | 범우사 | 1976.04.01 출판


1976년에 출판된 책이다.
지금부터 34년 전에 출판된 책인데 이제야 읽어본다.
본인 게으름과 종교적인 배타성이 한 몪한 것이다.
문고판을 구입하여 읽는다.


법정 스님의 유서에 대한 이야기가 뉴스로 많이 나왔다.
그 유서는 돌아가시기 직전에 남기신 유서가 아니며,
무소유 책에 나오는 '미리쓰는 유서(1971년)'에 기록된 사실에 잠시 놀란다.
39년 전에 남긴 유서이다.
변함없는 한결같은 삶을 바로 짐작할 수 있다.


'어린왕자' '화엄경' 책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어린왕자를 다시 정독하고 싶다.
화엄경도 곧 읽을 생각이다.


불교는 종교라는 형식에 벗어나 보다 본래 인간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고 생각이 든다.
그래서, 불교 신자는 다른 종교를 쉽게 이해하고 받아준다.
기독교는 그렇지 않다.
하느님의 존재만을 강요하며, 배타성이 너무 강하다.

하느님외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게 만든다.

 

법정스님의 종교에 대한 글이다.
  내가 즐겨 읽는 <요한의 첫째 편지>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하느님을 사랑한다고 하면서 자기 형제를 미워하는 사람은 거짓말쟁이입니다.
  보이는 자기 형제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어떻게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사랑할 수 있겠습니까?"


  <리그 베다>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하나의 진리를 가지고 현자들은 여러 가지로 말하고 있다."
  여러 종교를 두고 생각할 때 음미할 만한 말씀이다.
  사실 진리는 하나인데 그 표현을 달리하고 있을 뿐이다.
  나는 가끔 성경을 읽으면서 느끼는 일이지만,
  불교의 대장경을 읽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수가 있다.
  조금도 낯설거나 이질감을 느낄 수 없다.


유치환의 심산深山
법정스님이 좋아하시는 시다.


  심심 산골에는
  산울림 영감이
  바위에 앉아
  나같이 이나 잡고
  홀로 살더라.


부럽고 느낌이 오는 시다.
다음은 무소유에 나오는 내용을 그대로 옮겨본다.


만나는 사람마다 따뜻한 눈길을 보내 주고 싶다.
한 사람 한 사람 그 얼굴을 익혀 두고 싶다.
이 다음 세상 어느 길목에선가 우연히 서로 마주칠 때,
오 아무개 아닌가 하고 정답게 손을 마주 잡을 수 있도록
지금 이 자리에서 익혀 두고 싶다.


그래도 가져간 것보다 남긴 것이 더 많았다.
내게 잃어버릴 물건이 있었다는 것이,
남들이 보고 탐낼 만한 물건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이 적잖이 부끄러웠다.


본래무일물(本來無一物)
본래 한 물건도 없는 거다.
이 세상에 태어날 때 가지고 온 것도 아니고,
이 세상을 하직할 때 가져가는 것도 아니다.
인연 따라 있었다가 그 인연이 다하면 흩어지고 마는 거다.
더 극단적으로 말한다면, 나의 실체도 없는데 그밖에 내 소유가 어디 있겠는가.
그저 한동안 내가 맡아 있을 뿐이다.


내 것이란 아무 것도 없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손해란 있을 수 없다.
또 내 손해가 이 세상 어느 누구에겐가 이익이 될 수만 있다면 그것은 잃은 것이 아니라는 논리였다.


구도의 길에서 안다는 것은 행行에 비할 때 얼마나 보잘것 없는 것인가.
사람이 타인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은 지식이나 말에 의해서가 아님을 그는 깨우쳐 주었다.
맑은 시선과 조용한 미소와 따뜻한 손길과 그리고 말이 없는 행동에 의해서
혼과 혼이 마주치는 것임을 그는 몸소 보여 주었다.


한결같이 약고 닳아빠진 세상이기 때문에 그토록 어리석고 우직스런 일이 우리를 포근하게 감싸 준다.
대우大愚는 대지大智에 통한다는 말이 결코 빈말은 아닐 것이다.


얼마만큼 많이 알고 있느냐는 것은 대단한 일이 못된다.
아는 것을 어떻게 살리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인간의 탈을 쓴 인형은 많아도 인간다운 인간이 적은 현실 앞에서 지식인이 할 일은 무엇일까.
먼저 무기력하고 나약하기만 한 그 인형의 집에서 나오지 않고서는 어떠한 사명도 할 수가 없을 것이다.


우리가 온전한 사람이 되려면, 내 마음을 내가 쓸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은 우연히 되는 것이 아니고 일상적인 대인 관계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왜 우리가 서로 증오해야 한단 말인가.
우리가 같은 배를 타고 같은 방향으로 향해하는 나그네들 아닌가.


흙 속에 묻힌 한 줄기 나무에서 빛깔과 향기를 지닌 꽃이 피어난다는 것은 일대 사건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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