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여름 아파트 앞 구두 수선소 작은 의자에 앉아 구두 고치는 걸 구경할 때
수선소 아저씨가 말하네
글쎄 언젠가 교수님 지나가는 걸 보고
어떤 손님께 저 분이 알아주는 대학 교수라고 했더니
그분 말씀이 교수 같지 않다고 해요
그래서 제가 말했죠 아닙니다 알아주는 대학 교수입니다
제가 잘 아는 분인데 아주 소박하신 분입니다
그래요? 난 웃으며 말했지 내가 생각해도 그래요
교수가 도무지 왜소하고 품위가 없잖아요?
여기 앉아 저쪽으로 걸어가는 나를 본다면 나도 그럴 겁니다
난 나를 본 적이 없으니까요
이승훈
- 1942년 춘천 출생
- 1963년 [현대문학] 등단. 시집 '사물 A' '비누' 등
- 현대문학상, 시와시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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