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이야기

어머니와 침대

bike 2006. 5. 16. 00:37

어머니께서 침대를 옮겨 달라고 한다.
어머니는 나에게 부탁하시는 것을 힘들어하신다.
가끔 짜증을 내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아직도 모든 면에서 당당하게 기죽지 않고 생활하시지만,
최근에는 조금씩 아들에게 의지함이 보인다.

 

침대가 대형이다.
침대 매트를 리어카에 싣고 아파트까지 이동을 한다.
대형이라 엘리베이터에 넣을 수가 없다.
일단 엘리베이터를 포기하고, 계단으로 들고 올라가기로 한다.
대형 매트라 계단으로 들고 가는 것도 너무 무리다.


어머니는 아파트 경비아저씨께 부탁하여 같이 들고 가자고 말한다.
어머니께 조금 짜증을 부린다.
두 사람이 들기도 힘든 데, 연세 많은 경비 아저씨께 부탁하는 것이 무리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미 온 몸이 땀으로 젖는다.
친한 사람 외에는 도와줄 사람이 없다고 빠르게 판단한다.

 

잠시 시간이 흐른 후에 다시 엘리베이터에 넣어 보기로 한다.
처음보다 더 강하게 힘을 주어 억지로 엘리베이터에 넣는다.
대한민국에서 ‘하면 안 될 것이 없다'는 억지 마음으로 잘못 시도를 한 것이다.
하지만, 대형 매트를 아파트 방까지 옮긴다.

 

어머니께 짜증을 내어서 미안하다.
어머니는 항상 과정보다 결과를 좋아하신다.
나는 어머니의 과정보다 결과를 좋아하시는 그 부분을 싫어하지만,
최근에는 과정도 많이 관심을 가지고 생활하신다.
어머니는 침대를 무사히 옮긴 사실에 너무 좋아하신다.
원래 모양대로 조립하여 침대를 정리한다.

 

집으로 돌아올 시간에 어머니는 활짝 웃으시면서 나에게 선물을 한다.

일 값이다.
언제나 일한 만큼 대가를 주신다.

커피우유 한 묶음
인삼차 한 박스
오렌지 한 봉지
빵 한 봉지
오렌지주스 한 통
화장지 티슈 세 통

사랑 가득한 큰 보따리 선물을 받는다.

 

'자전거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큰누나와 월드컵  (0) 2006.05.23
또 다른 하루  (0) 2006.05.21
상쾌한 오전  (0) 2006.05.13
재미있는 세상 - 구두  (0) 2006.05.12
나도 도시락 받았다.  (0) 2006.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