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이야기

자전거2와 함께 여행 후

bike 2006. 1. 25. 00:36

옛 생각
잠이 오지 않는다. 옛날 생각이 난다. 출장이 많았던 그 시절이 생각난다. 시간이 얼마나 부족했던 지 출장가기 전날 밤에는 온 밤을 일하고 출장길에 오른다. 이동 중에 차 안에서 깊은 잠을 잔다. 한마디로 독종이다. 지금은 그 때보다 더 바쁘게 살아야 하는데, 쉽게 지치고 정열이 사라진 것을 느낀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뒤척이다가 잠을 깨니 여행 출발 새벽이다. 나도 모르게 깊은 잠에 빠졌고, 개운한 새벽을 맞이한다.

도움이 안 되는 잔소리
자전거2는 예전의 자건거2가 아니다. 함께 여행하는 것도 싫어한다. 잔소리만 하는 아버지와 함께 여행한다는 것이 부담이 되는 모양이다. 얼마 전부터 잔소리를 하지 않는다. 나의 잔소리 때문에 자전거2와 거리가 생기는 느낌이다. 잔소리를 한다고 더 좋아지지 않는 것으로 판단하고, 스스로 느끼고 스스로 깨달도록 가만히 지켜보기로 마음을 바꾼다. 자전거2도 나의 마음 아는 지, 싫다고 하던 여행을 함께 가기로 마음을 바꾼다.


자전거2와 실랑이
조용한 어두운 새벽이다. 함안 역에서 기차로 진주를 간다. 서서히 밝아오는 아침의 시간 흐름을 느낀다. 차분하게 가라앉은 분위기다. 가끔 보이는 인가에서 흰 연기가 나온다. 서서히 날이 밝아오고, 진주에 도착하니, 쌀쌀한 아침이다. 나는 사진을 찍고 싶은데, 자전거2는 그냥 가자고 한다. 가는 곳마다 기록을 남기 싶은데, 자전거2는 부끄러운 지, 다른 사람의 눈에 띄는 것이 싫은 지, 제발 사진 찍지 말고 가지고 한다. 조금 실랑이를 벌이다가 진주 역을 배경으로 사진 한 장을 찍는다.


여행이란?
진주 고속버스터미널로 이동하여 광주로 간다. 전라도와 경상도가 너무 거리가 있는 것 같아, 의도적으로 전라도 지역 한 곳을 여행지로 잡는다. 광주터미널은 직행과 고속이 통합된 터미널로 넓고 깨끗하고 참 좋은데, 내부 수리 관계로 좋은 모습은 없고 불편하고 어수선하다. 택시를 타고 도청으로 간다. 구도청과 분수대와 그 앞에 있는 만인의 종을 본다. 옆길로 중앙초등학교가 있는 예술의 거리를 걸어본다. 문화센터와 화랑으로 꾸며진 거리이다. 광주의 번화가인 충장로를 걸어보고 다시 터미널로 돌아온다. 자전거2는 약간 불만이다. 광주에서 본 것이 아무 것도 없다고 한다. 여행이란 그 지역의 생활 모습을 보며, 그 곳의 거리를 걸어보는 것이라고 자전거2에게 이야기해 준다. 자전거2는 그냥 살짝 웃는다.


꼭꼭 숨어라!
대전 유성으로 간다. 예전에 맛있게 식사한 적이 있는 등나무돌솥밥집으로 간다. 길을 묻고 물어 가까이 갔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다. 결국 찾기를 포기하고 가까운  식당으로 찾아가는 순간에 그 식당이 보인다. 1시간을 찾아 헤매다 계획했던 식당에서 식사를 한다. 자전거2는 너무 좋아한다. 나도 덩달아 좋다. 늦은 점심을 마치고, 내일 새벽으로 예정했던 미사를 보기 위해 유성성당으로 간다. 미사 참례 후 남은 오후시간을 활용하기 위해 시민천문대로 향한다. 천문 관측 프로그램 시간이 정해져 있어, 1시간을 기다려야 하기에, 간단한 전시장만 보고 숙소를 찾기 위해 유성 시내로 간다. 가는 도중에 카이스트 캠퍼스를 가로질러 간다. 택시기사는 친절하게 안내를 한다. 카이스트를 지나니 충남대가 나온다. 시내에서 라면과 김밥으로 저녁 식사를 한다. 내일 아침용 김밥을 마트에서 구입하고, 또 예전에 숙박한 적이 있는 서울온천모텔로 간다. 1층은 사우나이고 2층부터는 모텔인, 온천 원탕이다. 호텔보다는 저렴한 가격으로 가족 중심으로 많이 오는 곳이다. 근처에는 유흥가이라 화려한 색상의 숙박지가 많았지만, 이 곳은 조용하고 마음에 든다.


치킨 킬러
드디어 자전거2가 꼭 하고 싶은 한마디를 한다. 치킨을 시켜 먹자고 한다. 나는 어디서나 시켜먹는 것을 싫어한다. 그런데, 자전거2가 좋다고 하니, 조금 망설이다가 치킨 1마리를 주문한다. 둘이서 마주앉아 맛있게 먹는다. TV를 보면서 웃고, 원탕이라는 온천물로 목욕하고, 오늘 하루의 여행 내용을 정리하고, 내일 여행을 위한 준비를 한다. 자전거2는 피곤한 지 먼저 잠자리에 든다. 내일은 더 좋은 여행이 되길 바라면서 하루를 마친다.


발로
예정된 시간에 일어나 씻고, 숙소에서 간단한 아침식사를 하고, 지질박물관으로 택시를 이용하여 간다. 지질 전문 박물관으로 참 좋다. 잠깐 보고 지나갈 곳은 아니었다. 첫 관람자인지 넓은 박물관을 자전거2와 단 둘이서 관람을 한다. 다음은 화폐박물관으로 간다. 오늘 여행은 지질박물관 화폐박물관 국립중앙과학관 엑스포공원을 걸어서 관람하기로 자전거2와 약속한다. 택시기사 말로는 걷기에는 조금 힘들다고 한다. 나와 자전거2는 찬바람을 맞으면서 천천히 걸어간다. 모두가 차를 이용하여 이동을 하지만, 나와 자전거2는 가방을 하나씩 매고 텅 빈 인도를 마음껏 누비면서 조금 먼 거리를 걸어서 간다. 화폐박물관에 도착하여 휴게소를 먼저 들어가 따뜻한 커피를 한 잔하고, 박물관을 관람한다. 화폐박물관도 참 좋다. 국립중앙과학관으로 간다. 상설관만 관람한다. 상설관은 3층으로 구성되어 있고, 볼거리도 참 많다. 본 것이 너무 많은 탓인지 머리가 아프다. 조금 빠르게 관람을 마치고 나오면서, 기념품 판매대에서 자전거2는 공룡 조립판을 산다. 육교를 건너 엑스포공원으로 간다. 엑스포공원은 기대이하이다. 또한 겨울에는 올 곳이 아니었다. 멋지고 큰 건물이 여기저기 있지만, 대부분 휴관이거나 어린이 중심의 애니메이션 상영만 있다. 식당에서 곰탕을 먹고, 한빛타워로 간다. 오래된 타워라 전망대 앞쪽으로 가니 부지찍 소리가 난다. 깜짝 놀라 뒤로 보니, 자전거2도 놀란다. 엑스포 공원 모든 것이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은 상태로 보인다. 엑스포 개최후 10년 이상 지났으니, 이제는 가치가 없는 공원이라는 느낌이다. 후문으로 나와서 택시를 타고 대전 역으로 간다.   


편안한 레스토랑
계획한 시간보다 일찍 대전여행을 마친다. 남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대전역 근처에 있는 영화관에 간다.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상영 안내판을 보니, 기차 시간 내에 볼 수 있는 영화가 없다고 자전거2가 말한다. 영화보기를 포기하고 지하상가로 간다. 지하상가에서 핑크와 자전거3을 위한 선물을 구입한다. 자전거2는 가족을 위한 선물 구입을 좋아하고, 어디를 가든 꼭 선물을 산다. 여행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레스토랑으로 간다. 푹신한 의자와 잔잔한 분위기와 흘러나오는 음악이 좋다. 자전거2도 같은 마음으로 보인다. 노래도 듣고, 가져간 책도 읽고, 돈가스를 먹고, 마지막에는 커피를 마신다. 지난 여름여행 때는 전혀 커피를 마시지 않고 주로 음료수를 즐겼는데, 이제는 자전거2도 커피를 은근히 즐긴다. 대전 역에서 기차 시간까지 또 책을 읽는다. 핑크가 맛있게 구워준 오징어도 먹는다. 그리고 말만 들었던 KTX를 밀양까지 타고, 밀양에서 함안까지 무궁화호 기차를 탄다.


집으로
딩동 소리와 함께 반가운 핑크 목소리가 들린다. 자전거3 목소리도 들린다. 여행의 끝이다. 선물을 전달하고 여행이야기를 한다. 함께 하지 못한 핑크와 자전거3에게 미안하다. 자전거3이 조금 더 성장하면 그 때는 꼭 함께 간다.


결산
간식-핫바 커피 음료 치킨 16,800 / 식사-돌솥밥 김밥+라면 곰탕 돈가스 48,100 / 이동-버스택시41,500+기차64,000=105,500 / 숙박 35,000 / 관람료-중앙과학관 엑스포공원 한빛타워 11,000 / 216,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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