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여름휴가가 없다. 조금도 쉬기 위한 시간이 없다. 시간에 쫓기어 컴퓨터 앞에서 밤을 지새워야만 일을 마무리할 수 있다. 여름이 되면, 나를 제외한 가족은 피서를 간다. 이제 나에게도 시간적인 여유가 생긴다. 13년 만에 여름휴가를 떠난다. 자전거2와 함께 단 둘이서 떠난다. 언젠가는 꼭 해야지 했던 경주 자전거 여행도 포함한다. 1주일 전부터 계획을 세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여행 기간이 연휴이고 피서의 최고 시점이라 교통 체증을 예상하며 기차를 이용한다. 1박2일로 아침 8시에 출발하여 다음 날 밤12시에 귀가한다.
아침 일찍 출발을 한다. 시간이 조금 부족하여, 핑크가 집에서 함안역까지 자가용으로 태워준다. 그렇게 핑크가 원했던 여행이라, 아들과 둘이서 떠나는 여행이지만, 얼굴에 기쁜 표정이 보인다. 핑크는 집으로 돌아가고, 함안역에서 경전선 부산행 무궁화호 기차를 탄다. 핑크는 새벽에 일어나 점심 도시락도 준비해 준다. 여러 가지 생각으로 마음이 무거운 부분도 있지만, 창밖으로 지나가는 자연을 보면서 마음을 가다듬어 본다.
또 다른 나의 모습을 가진 자전거2
귀여운 모습은 사라지고, 모든 일에 있어 경쟁자가 된다.
아직 여물지 않았지만, 나의 모습과 같다.
종착역인 부전역에서 부전시장으로 가서 버스를 타고 사직대건성당으로 간다. 사직대건성당에는 함안성당에 계셨던 노아 수녀님과 임마꿀라다 수녀님께서 근무하고 계신다. 사직1파출소 정류소에 내려 미리 준비한 약도로 성당을 찾아간다. 높은 언덕길로 올라가니 성당이 보인다. 입구부터 친절하게 낯선 사람인 우리에게 인사를 한다. 밝은 모습으로 인사를 서로 주고받는다. 성전에 들어가서 앞으로 가다가 옆으로 보니, 함안성당에서 앉아계셨던 그 모습으로 노아 수녀님께서 앉아 계신다. 다시 돌아가 수녀님께 인사드리니 놀라신다. 미사 전이라 짧게 인사한다. 자전거2와 함께 성전 앞쪽으로 가서 미사 드릴 준비를 한다. 수녀님께서 잠깐 오시어 성가책을 주시며, 점심식사를 함께 하자고 하신다. 도시락을 준비해 왔으니, 별도 준비하시지 말고 함께 식사하자고 말씀드린다.
예수님!
제가 청하는 것은 당신의 사랑
저를 변화시켜야 할 것도 당신의 사랑
당신의 사르는 불꽃을 제 마음에 놓으시면
이 몸 당신을 찬미하며
사랑할 수 있으리이다.
제 아무리 가난하단들
하늘 고향에서처럼
당신을 사랑하리이다.
당신께서 사랑해 주신 그 사랑으로
지극히 높으신 분의 아드님이시어
사랑 자체이신
당신을 사랑하리이다.
(노아수녀님 성가책 표지에서)
연세드신 주임신부님께서 더운 여름이라 최대한 짧게 빠르게 미사를 집전하신다. 미사를 마치고 수녀원으로 초대받아 노아 수녀님과 임마꿀라따 수녀님과 함께 점심 식사를 한다. 준비한 도시락으로 식사를 하면 되는데, 별도로 식사 준비를 하셨다. 된장찌개와 각종 반찬들... 정성드린 점심 식사를 맛있게 먹는다. 준비한 도시락은 수녀님께 드린다. 이런 저런 지나간 좋은 이야기들을 많이 나눈다. 임마꿀라따 수녀님은 본지가 3년 이상 되었는데, 옛날 그대로의 모습이며, 노아 수녀님은 어제 본 듯한 그대로의 모습이다. 미리 말씀을 드린 방문이 아니고, 예정된 일정 때문에, 아쉬움을 뒤로하고 부산박물관을 향하여 일어선다. 노아 수녀님께서 버스 정류장까지 배웅해 주신다. 버스를 타고, 명륜동 전철역으로 가서, 대연역으로 간다.
자전거2의 마음은 나의 마음이다.
전철 노약자보호석에는 자리가 텅 비워있는데 앉지를 않는다.
노약자를 위하여 언제나 비워두어야 한다고.
대연역에서 5분정도 걸어 부산박물관으로 간다. 대영박물관 특별전시회를 보려고 하나, 관람을 위한 대기 중인 사람이 엄청 많다. 1시간을 기다려야 관람할 수 있다고 한다. 대영박물관 전시회는 포기하고, 부산박물관 일반 전시회를 관람한다. 일반 전시회에서도 볼 것이 많이 있었다. 계속해서 앉지 못하고 서있는 관계로 다리가 조금 아프다. 자전거2도 마찬가지로 그런 표정이다. 조금 빠르게 관람을 하고, 벡스코를 향해 출발한다. 전철역까지 걸어가서 전철을 타고 벡스코로 가야한다. 계속 서서 가야할 것이 분명하여, 박물관 앞에서 바로 택시를 타고 벡스코로 간다. 더운 날씨지만, 택시의 에어컨 바람이 시원하다. 또한 편하게 앉아서 가니 쉴 수 있는 시간이 된다.
벡스코에도 사람이 너무 많다. 에디슨 전시회를 본다. 자전거2의 말로는 에디슨은 사이코라고 한다. 이유는 너무 많은 발명품을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한 사람이 만든 발명품이 참 많다. 자전거2는 디카로 이것저것 발명품을 아주 신나게 찍는다. 에디슨 전시회 관람을 마치고 아쿠아리움으로 출발한다.
전철을 타고 해운대역에서 내린다. 여름철 해운대는 처음이다. 아쿠아리움은 해운대 해수욕장 입구에 있다. 아쿠아리움 출입구에서 해운대 해수욕장은 장관이다. 사람이 모래알처럼 많다. 아쿠아리움도 사람들이 엄청 많다. 10분 정도 대기하다가 들어간다. 좁은 공간은 아니지만, 사람이 많으니 좁은 공간이다. 관람객에 밀리어 다니다가 관람을 끝내고 나온다. 자건거2는 기념품 사는 것을 좋아한다. 출구 기념품 센터에서 핑크와 자전거3을 위해 작은 선물을 구입한다.
부산 일정은 이제 끝이다. 전철을 이용해서 노포동까지 가서, 시외버스를 타고 포항으로 가야 한다. 배가 조금 고프다. 감자구이를 사서 걸어가면서 먹는다. 허기를 조금 채운다. 전철 탈 때 빠르게 타서 노약자석이 아닌 자리에 앉자고 합의한다. 해운대 전철역에서 최고 앞자리에 진을 치고, 도착하자말자 빠르게 전철을 타니 빈자리에 앉을 수가 있었다. 자전거2와 나란히 앉아 말없이 웃으면서 목표 성취에 만족을 한다. 노포동 시외터미널에 도착하여, 롯데리아에서 햄버거 하나씩 먹고 포항행 무정차 버스를 탄다.
포항에 도착하니 어두운 밤이다. 배는 고프지 않고, 터미널에서 김밥을 두 줄을 사서 숙박지를 찾아간다. 포항 터미널 근처에는 모텔과 여관이 줄줄이 있다. 화려한 곳을 자전거2에게 보여주는 것이 싫어서, 조금 후진 곳으로 숙박지를 정한다. 여관이다. 김밥을 먹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자전거2가 살짝 통닭 먹고 싶다고 한다. 통닭을 주문하고 맛있게 먹는다. 하루 일과를 정리하고, 내일 일정에 대해 서로 의논하고 아침 일찍 일어나기로 한다. 핸드폰으로 알람을 맞추고 잠자리에 든다.
알람소리에 눈을 뜬다. 자전거2는 아직 깊은 잠에 빠져있다. 6시30분 기상이나, 1시간 더 자도록 한다. 7시30분에 일어나 정리하고, 8시에 포항공대를 향하여 출발한다. 터미널에서 포항공대까지는 가까운 거리라 시내버스보다는 택시를 타는 것이 좋다고 한다. 택시를 타고 포항공대 학생생활관 앞에서 내린다.
자전거2는 아직 정확한 목표가 없다.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모른다. 물론 본인은 알고 있다고 하겠지만.
이런 이유로 대학 캠퍼스 구경을 추천받아 포항공대를 선택한다.
미리 알아본 포항공대의 볼거리를 찾아본다. 단과대학이라 그렇게 넓지는 않다. 연구만 하는 대학인지, 학생들도 보이지 않는다. 건물과 숲으로 조용하다. 캠퍼스를 거의 한 바퀴 돌고, 택시를 타고 포항 터미널로 간다. 자전거2의 표정을 보니, 그렇게 좋아하는 표정은 아니다.
포항 터미널에서 아침 식사를 한다. 해장국을 먹는데, 맛이 별로 없다. 맵기만 하다. 자전거2의 이해심과 인내는 대단하다. 끝가지 싫은 표정 안 하고 식사를 한다. 나의 성격 그대로이다. 어쩔 수가 없는 가 보다. 화끈한 식사를 쓴 웃음으로 마치고, 경주행 버스를 탄다.
경주에 도착하여, 미리 예정한 바로 그 자전거대여점에서 자전거를 대여한다. 경주에서는 자전거 대여점이 많이 있다. 경주 시내는 자전거로 관광할 수 있다. 또한 자전거 도로가 가장 발달한 곳이다. 실제 자전거를 타고 관광하는 사람은 많지가 않다. 참 아쉽다. 자전거를 타고, 관광안내소에서 받은 자전거도로 안내도에 따라 여행을 시작한다.
자전거는 새 자전거이며, 기어 변속까지 유연하게 잘 된다. 미리 준비한 모자를 쓰고 터미널에서 출발하여, 천마총 후문을 이용하여 천마총 관광을 한다. 자전거는 출입구에 있는 자전거 거치대에 놓고 들어간다. 어디를 가나 자전거 거치대가 준비되어 있다. 천마총 후문에서 정문으로 돌아가서 첨성대를 구경한다. 입장료가 있기에 첨성대는 울타리 밖에서 본다. 계림도 입장은 하지 많고 둘레를 한바퀴 돈다. 계림 앞에는 노란 꽃으로 꽃단지가 조성되어 있고, 곳곳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계림을 돌아, 안압지를 먼 곳에서 둘러보고, 국립경주박물관으로 간다. 광복절이라 박물관 관람요금이 무료라고 한다. 자전거를 입구에 세워놓고 박물관을 천천히 돌아본다. 어떤 지역을 관광할 때는 다른 관광지보다도 박물관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박물관에는 관광지의 세부적인 소개도 포함하기 때문이다. 느린 걸음으로 박물관을 구경한다. 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나오면서, 자전거를 이용한 경주 시내 관광은 끝이기에, 중요한 결정을 한다. 경주 자전거도로 여행에서 가장 긴 코스인 불국사행을 결정한다.
잘 만들어 놓은 자전거 도로! 거침없이 자전거 페달을 밟고 달린다. 자전거 여행을 즐기는 사람이 거의 안 보인다. 참 좋은데 하면서 열심히 달린다. 동방역을 지나고 나니, 배가 고프다. 점심을 먹기로 한다. 가끔 보이는 민가 속에 있는 순대국 식당으로 간다. 순대국으로 점심을 먹고, 잠시 휴식을 취한 후에 다시 불국사를 향하여 간다.
가도 가도 불국사가 나오지 않는다. 휴식 취하고 또 출발한다. 불국사 가는 길은 산으로 올라가는 오르막길이다. 자전거를 타지 못하고 끌고, 불국사를 향한다. 드디어 불국사 입구가 보이고, 자전거를 잠금장치로 거치대에 세워놓고 불국사 정문에서 사진을 찍기로 결정한다.
맑은 하늘이 검은 구름으로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비가 올련지, 먼 곳에서의 천둥소리가 가끔 들린다. 빠른 걸음으로 땀을 흘리면서 불국사 정문 언덕길을 올라가 사진을 찍고, 날씨 때문에 어두운 표정으로 빠르게 내려온다. 자전거를 타고 빠르게 출발한다. 불국사까지 온 길이 멀고 쉬운 길이 아니기에, 다시 돌아가야 하고, 곧 비가 쏟아질 것 같은 하늘을 보니, 긴장하지 않을 수가 없다. 불국사에서 내려오는 길은 내리막이라 아주 빠르게 경주시내를 향하여 페달을 밟는다.
가도 가도 또 경주시내는 나오지 않는다. 내리막길이 끝나고, 또 오르막이다. 자전거2는 지쳤는지, 자전거를 타지 못하고 끌면서 따라온다. 함께 보조를 맞추어, 자전거를 타지 않고 끌면서 오르막을 오른다. 이제 천둥소리가 더 심해진다. 한 방울씩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오르막이 끝나자 또 내리막이 나온다. 힘껏 달리기 시작한다. 이제는 장대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큰 가로수가 있는 곳까지 가서, 자전거를 세우고 비를 피한다.
한동안 쏟아지는 비가 멈추고, 가늘게 내린다. 빨리 경주시내가 나오길 빌면서 출발한다. 앗! 옆으로 보니, 보문단지가 멀리 보인다. 보문단지 앞으로 넓은 강이 마음을 끈다. 잠시 멈추어 강을 보라보면서, 디카로 사진를 찍는다. 자전거2가 난리다. 비가 더 쏟아지기 전에 가야하는데, 사진을 찍고 있으니.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또 빠르게 출발한다.
보문단지를 지나, 분황사로 향한다. 서서히 경주시내의 윤곽이 나온다. 분황사로 향하는 자전거도로는 공항 활주로이다. 일직선 도로이며, 중앙선(?)까지 그려진 자전거도로이다. 최고의 자전거 도로를 힘차게 달린다. 분황사를 지나, 시내 번화가를 피하기 위해, 외곽으로 돌아서 다시 박물관을 돌아온다. 이제는 모든 자전거 여행이 끝났다는 느낌이 든다. 비는 더 이상 쏟아지지 않고, 비가 흠뻑 젖었던 자전거도 물기 하나 없이 깨끗해진다. 천마총 입구에서 경주빵을 사서, 한적한 거리 벤치에 앉아 빵을 먹으면서 휴식을 취한다. 천마총을 자나서 경주터미널 앞 자전거대여점에 자전거를 반납한다. 10시쯤에 대여한 자전거를 오후5시에 반납한다. 아무런 사고 없이 무사히 마친 자전거여행에 감사하며, 중간에 비가 쏟아졌지만, 마지막 시원한 날씨에 감사한다. 또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함께 한 자전거2에게도 감사한다. 자전거 탄 거리는 약 32Km이다.
터미널 앞에서 경주빵을 산다. 핑크 선물이다. 경주에는 원조 경주빵 또는 찰보리빵이 많다. 어느 집이 진짜 빵집인지 모르겠다. 천마총에서 사 먹은 같은 빵집에서 선물을 사서 경주역으로 향하여 간다. 다리가 아프고 배도 고프고 더운 날씨에 점차 피곤해 진다. 경주역으로 향하여 가면서 레스토랑을 찾아본다. 식사도 하고 휴식을 취하기도 좋은 곳이 레스토랑이기 때문이다. 경주역 가까이 레스토랑을 발견하고, 비후스텍을 먹는다. 조용하고 시원하고 푹신한 소파와 잔잔하게 흘러나오는 음악이 평온하게 한다. 느긋하게 1시간 정도의 식사를 마치고, 경주역에서 동대구행 무궁화를 탄다. 동대구에서 내려서 30분 정도 역 대합실에 있다가, 함안행 무궁화호를 탄다. 함안역에 내리니 밤12시이다. 짧으면서 긴 여행이다. 집으로 돌아오니 핑크가 우리를 반갑게 맞아준다. 자전거3도 반긴다. 부산 아쿠아리움에서 구입한 선물을 주니, 자전거3은 잘 가지고 논다.
13년만의 여름휴가는 이렇게 끝난다. 호흡을 잘 맞추어 준 자전거2에게 감사한다. 또한 적극적으로 여행에 협조해 준 핑크에게도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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