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는 분이지만 인사하지 못하는 분이 있다. 사무실 앞에 있는 이발소 아저씨이다. 사무실 근처에 이발소가 2개이다. 처음 생긴 이발소에 다니다가, 늦게 생긴 이발소에 간다. 늦게 생긴 이발소가 이발을 더 잘 하기 때문이다. 간혹, 처음 생긴 이발소 아저씨를 만나지만, 인사를 못하고 시선을 피한다. 인사를 하자니 왜 이발하러 오지 않는지 물어볼 것 같다. 이런 곤란한 일도 있다.
이발하러 가니, 초등학교 어린이 두명이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늦게 간 나를 먼저 이발해준다. 내가 원하는 것은 아니었는데, 그냥 먼저 해준다. 아이에게 미안하다. 빨리 하니 좋은데, 그 아이들이 분명히 말할 것이다. 어른들은 순서도 지키지 못한다고 말할 것이다. 이제 후회를 한다. 이발소 아저씨가 먼저 이발해 주겠다고 하지만, 원래 순서대로 아이들이 먼저 하도록 기다리는 것이 맞는 것이다. '애들아! 미안하다! 내가 잘못했다.'
아이들이 이발하는 것을 잠깐 본다. 옛날 생각이 난다. 아이들은 의자에 앉으면 너무 낮기 때문에, 이 때 필요한 것이 나무빨래판이다. 빨래판을 의자 양쪽 팔걸이에 놓고, 그 위에 앉으면 어른 앉은 키와 비슷하다. 옛날에는 주로 나무빨래판이었는데, 오늘 본 것은 그냥 빨래판 크기의 나무판이다. 그리고 아이가 졸거나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발소 아저씨는 아이에게 말한다. '어-이' '에-헤' '가만히 있어야지!' '그 참-' '참- 착하네' '집은 어디고?' '그럼-'
2002.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