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몸이 아픈 사람 - 할머니와 젊은이
아산으로 출장을 간다. 함안역에서 성당에 다니는 할머니 한분을 만난다. 인사를 하니 잘 모른다. '군청에 다니는 사람인가? 나는 잘 모르겠는데~' 주위에 있는 모든 사람이 들릴 정도로 큰 소리로 이야기한다. '아닙니다. 성당에 같이 다니는 사람입니다.' 대답을 했지만 알아 듣지 못하고, 또 똑같은 큰소리로 말을 반복한다. 할머니가 왜 말을 알아듣지 못할까 하는 순간, 할머니가 손바닥을 내밀면서 말한다. 손바닥에 글자를 쓰라고 한다. 나는 '성당'이라고 쓴다. 이제야 '아~ 그래 알겠네.' 그리고 한마디 더 하신다. '나는 말은 잘하지만, 다른 사람의 말을 하나도 들을 수가 없다네. 보청기도 안되고, 큰 병원도 다녔는데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네. 그래서 내가 목소리가 우렁차다네. 관공서에 가면 안내하는 사람이 깜짝 놀라면서 목소리 좀 작게 이야기하라고 야단이라네'
할머니가 항상 큰소리로 말하는 이유를 이제야 안다. 그냥 할머니이기에 어디에서나 큰소리로 이야기하는 것으로 알았는데, 소리를 하나도 들을 수가 없다고 한다. 집에는 팩스가 있어 전화 대신 팩스로 멀리있는 가족끼리 대화를 나눈다고 한다.
같은 기차의 앞 좌석이 할머니 자리이고, 나의 좌석은 바로 뒤이다. 잠깐 잠이 든 사이에 할머니 옆에 젊은 총각이 앉았는데 자세히 보니 지체 장애인이다. 그리고 김밥을 2개 사서, 옆에 있는 할머니에게 먼저 드리고, 자기도 김밥을 먹는다. 마음씨가 참 좋다. 나는 그렇게 못한다. 옆에 앉아 있는 사람에게 아무것이나 다 주고 싶지만, '이것 하나 드십시오!'할 용기가 없다. 하지만, 그 젊은 이는 참 잘한다.
천안에서 내릴 때 할머니께 인사드리려고 하니 잠들어 계신다. 나 때문에 잠 깨실까 싶어 살짝 일어나 천안에서 내린다. 마음으로 무사히 다녀오길 인사한다. 천안역에서 장항행 열차로 갈아타고 온양온천으로 간다.
2. PC방
아산(=온양온천)에서 일을 마치고 역으로 돌아오니 1시간 정도 시간 여유가 생긴다. 가까이 있는 PC방에 간다. 작은 공간에 빈자리가 거의 없다. 구석진 곳에 빈 자리를 발견하고 인터넷 항해를 한다. 따뜻한 자판기 커피 한 잔을 준다. 인터넷 접속 속도가 엄청 빠르다. 화면 변경이 전혀 눈에 띄지 않는다. 찰가닥하는 소리에 옆을 보니, 여대생이 담배를 물고 라이터 불을 댕기고 있다. 세상이 서서히 변하고 있음을 느낀다. 1,000원에 커피 한잔 마시고, 인터넷 1시간을 한다. 정말 싸고 하고자 했던 일을 마치고 전주행 기차를 타기 위해 온양온천역으로 돌아온다.
3. 열심히 일하는 사람
아주 부지런하고 실속있고 믿음직스러운 사람을 본다. 회사 로고가 달린 잠바에, 흙이 묻은 운동화에, 흰 머리카락이 여기 저기 보이는 분이 두 손을 모으고 손님을 배웅해 주고 있다. 아주 최선을 다하고 있음이 드러나 보인다. 정말 열심히 일하는 분으로 보인다. 나도 그렇게 살고싶다.
4. 아름다운 중년 부부
중년신사와 신사부인이 앞을 지나간다. 두 분 모두 깔끔하게 옷을 입고 계신다. 얼굴 표정이 진지하다. 아들에게 경제적으로 좋지 못한 일이 있어, 돈을 대신 갚아야 한다는 등등으로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주고 받는다. 속 썩이는 아들 걱정이다. 겉으로 보이는 두 분은 아주 훌륭한 부모님으로 보인다. 아름답게 보인다.
5. 몸이 아픈 사람 - 사랑이야기
전주에서 하루 밤을 자고, 그 다음 날 출장지까지 가는 택시안에서 라디오 방송을 듣는다. 지나가는 차소리 때문에 자세히 들을 수는 없지만 너무 아름다운 사랑이야기이다.
카풀을 이용하는 마음씨 착한 여자 직장인이 있다. 어느 날, 카풀 운전하는 남자의 첫 인사에 사랑에 빠진다. 이 남자가 결혼한 유부남이면 어쩌나 걱정하다가, 내릴 때 '감사합니다.'라는 말 대신 '결혼 하셨습니까?'라고 실수를 한다. 다음 날에는 카풀하는 장소에서 그 남자를 기다리고 있다가 의도적으로 차에 핸드백을 놓고 내린다. 그 남자가 너무 마음에 들고, 꼭 사랑싶은 심정이다. 그런데, 하루 종일 전화를 기다렸지만 연락이 오지 않는다.
직장을 마치고 나오니, 그 남자의 차가 사무실 앞에서 있다. 그 남자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너무 기분이 좋다. 그 남자의 차를 타고 평소에 가고 싶은 곳으로 간다.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남자는 말한다. '실례하지만, 트렁크에 있는 휠체어를 가져다 주십시오.' 그 남자는 한쪽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이다. 너무 놀란다. 그 날 저녁을 어떻게 시간을 보냈는지 정신없는 상태로 집으로 돌아와 한 없이 눈물만 흘린다. 아침 저녁에는 그 남자를 만나지 않기 위해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한다. 하지만, 1주일 후에 두사람은 만난다. 그리고 사랑을 시작한다.
친정 부모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결혼을 한다. 친정 부모님은 결혼식에도 참가하지 않고 연락이 끊어진다. 두 사람은 경제적으로 환경이 좋지 않지만 서로 사랑하면서 열심히 생활한다. 세월이 지난 후, 친정 부모님으로부터 함께 식사하자는 연락을 받는다.
그 기쁨을 알리기 위해, 아름다운 사랑이야기와 함께 방송으로 나오고 있다. 그리고 유리상자의 '신부에게'라는 노래가 흘러나온다.
6. 전주터미널에서
작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기 위해 전주터미널로 간다. 매표소에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행선지 요금표가 없다. 요금이 얼마인지 물어보고 또 매표원은 답변을 한다. 나는 매표원을 귀찮게 하기 싫어 만원을 주었더니, 승차권과 함께 6,900원을 돌려받는다. 요금이 4,100원이라는 것을 미리 알았다면, 내가 가지고 있던 1,000원 4장에 100원 동전 1개를 주었을 것이다. 뒤에는 계속 더 길게 줄서고 있다.
하루 동안에 똑같은 요금 문의에 얼마나 많이 같은 답변을 했을까? 얼마나 많이 잔돈을 계산하고 있는가? 매표원이 행선지별 요금표를 부착하면 휠씬 더 편하게 일할 수 있는 데, 그것을 못하는 것이다. 왜 못하는 지 이유는 간단하다. '자기 일이 아니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무엇을 하든 '나의 일이다'라는 사고를 가져야 하는데...
7. 몸이 아픈 사람 - 남원터미널 매표원
남원터미널 매표소에서 한 젊은이가 친절하게 말한다. '어디를 가십니까?' '진주는 7,300원입니다.' '잔돈 확인하십시오' 그리고 표를 주는 동작을 보니 장애인이다. 아무런 말없이 굳은 얼굴로 불만 가득찬 표정으로 빠르게 매표하는 것보다 휠씬 좋다. 그 사람에게 항상 좋은 일이 생기길 바라면서 진주행 버스를 탄다.
2002.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