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어젯밤 당신 꿈을 꾸었습니다
언제나처럼 한쪽 어깨가 약간 올라간,
지게를 많이 져서 구부정한 등을 기울이고
물끄러미, 할 말 있는 듯 없는 듯 제 얼굴을
건너다보는 그 눈길 앞에서 저는 그만 목이 메었습니다
옹이 박힌 그 손에 곡괭이를 잡으시고
파고 또 파도 깊이 모를 허방 같은 삶의
밭이랑을 허비시며
우리 5남매 넉넉히 품어 안아 키워주신 아버지
이제 홀로 고향집에 남아서
날개 짓 배워 다 날아가 버린 빈 둥지 지키시며
‘그래, 바쁘지?
내 다아 안다.‘
보고 싶어도 안으로만 삼키고 먼산바라기 되시는 당신은
세상살이 상처 입은 마음 기대어 울고 싶은
고향집 울타리
땡볕도 천둥도 막아주는 마을 앞 둥구나무
아버지
이제 저희가 그 둥구나무 될 게요
시원한 그늘에 돗자리 펴고 장기 한 판 두시면서
너털웃음 크게 한 번 웃어보세요
주름살 골골마다 그리움 배어
오늘따라 더욱 보고 싶은 우리 아버지
이혜선
- 1950년 경남 함안 출생
- 1981년 <시문학>에 시 <돌문> 등을 발표하며 등단
- 1989년 한국 자유문학상 신인상 수상
'좋은글+스크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으)로서, - (으)로써 (0) | 2006.10.17 |
---|---|
인생이 달라진다. (0) | 2006.09.25 |
플래닛 upgrade (0) | 2006.08.19 |
신용카드 소액결재 (0) | 2006.08.07 |
카메라폰 잘 찍는 방법 (0) | 2006.07.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