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이 시작되고 아직도 아침저녁으로 바람이 차갑지만 봄 햇살을 받으며
들판에는 냉이며 쑥이 자라고 한낮에는 바람도 따스하게 불어온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 너는 6학년이 되는구나. 언제 이만큼 훌쩍 자랐나 싶다.
바지 길이가 한 뼘이나 짧아지고 팔목이 훤히 드러나게 소매가 올라가는 걸 보면서 한참 자랄 나이라는 걸 실감한다.
아빠랑 발 크기도 비슷해져서 가끔 아빠 신발을 껴 신고 나갈 때도 있지.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은 네가 큰 걸 보고 깜짝 놀란단다. 마냥 애기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어제 지리산 둘레길을 함께 갔던 아빠 친구들도 오랜만에 너를 보고 많이 칭찬했단다.
부쩍 자란 키에 의젓하게 행동하는 모습을 보고 지수가 많이 달라졌다면서.
어른들도 지치는 길을 걸으며 너는 짜증이나 힘든 기색을 내지 않고 잘 따라와 줘서 엄마도 고마웠다.
노래를 좋아하는 우리 아들. 발음은 정확하지 않지만 음정과 박자에 맞게 부르는 걸 들으면 어느 누구라도 반하지 않을 수 없을 거야.
네가 기분 좋을 때는 늘 노래를 부르는데 듣고 있으면 엄마도 저절로 웃음이 난다.
네가 뭐든 잘 먹어서 엄마는 무척 기쁘단다.
덕분에 아픈 곳이 없이 건강하게 커줘서 고맙고 복스럽게 먹는 모습을 보면 정말 예쁘다.
가끔 나누지 않고 함께 먹을 때 욕심을 내서 많이 먹으려고 해 탈이 날까 걱정이 될 때도 있다.
좋아하는 음식이나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해주면 엄마가 다 만들어 줄게. 알았지?
몇 년 전부터 엘리베이터에 유난히 관심이 많았던 너는 아직도 엘리베이터를 좋아한다.
처음보다는 그 강도가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인터넷으로 엘리베이터 동영상을 보고 있어서,
너무 한 가지에 집착하는 게 사실 걱정이다.
세상에는 엘리베이터 말고도 재미있는 일이 정말 많단다.
엘리베이터로 인해 엄마의 손을 놓치는 일은 없어야하지 않겠니?
너를 잃어버린 그 때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콩닥콩닥 뛴다.
요즘도 네가 올 시간이 지났는데 오지 않으면 괜히 조마조마하고 불안한 마음이 든다.
지금은 그런 일이 없는데도 말이다.
지수야, 기억나니? 함께 여행 갔던 대마도.
널 마땅히 맡길 데가 없어서 큰 마음먹고 함께 갔던 그 곳에서도 엘리베이터를 찾아 탔잖아.
혹시라도 생길 위험한 상황에 대비하느라 후드티셔츠에 매달린 끈을 묶어서 다녔고 어딜 가든지 손을 꼭 잡고 다녔지.
대마도는 자연이 수려하고 천연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서 정말 아름다운 곳이었는데
너에게 온통 신경이 쏠려 제대로 구경하지 못했단다.
엄마를 두고 혼자 어디로 가면 안 되는 거 알지? 엄마는 지수 없으면 못산다.
지수도 엄마 없이 못 살잖아.
집안일도 잘 도와주고 컴퓨터로 노래를 듣거나 게임에 열중해 있다가도
엄마가 부르면 언제든지 달려오는 너는 나의 든든한 지원군이다.
요즘은 상황을 설명하고 기다려 달라고 말하면 이해하고 기다릴 줄 알고 참을성도 많이 생겼지.
차츰 좋아지는 네가 있어 엄마, 아빠는 많이 행복하고 감사하다.
잘 웃는 우리 아들.
이젠 6학년이 되었으니까 더 의젓하게 행동하고 엄마, 아빠 말도 잘 듣고 학교에서도 친구들과 잘 지내야 한다. 알았지?
엄마는 널 믿는다. 네 눈빛을 보면서 힘을 내고 너의 웃음소리에 오늘 하루도 행복하다.
조용히 잠든 너를 보며 천사 같은 얼굴에 손을 쓰다듬는다.
유난히 따뜻한 손을 꼭 잡아본다.
올 해도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자라고 별 탈 없이 무사히 지내기를 기도해 본다.
아들, 많이많이 사랑해.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