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이야기

겨울여행 이야기

bike 2006. 12. 27. 23:09

   이틀을 어떻게 보냈는지 모른다. 아무런 생각 없이 구경하고 먹고 자고, 아무 걱정 없는 사람처럼, 본 것 그대로 보고, 먹은 그대로 맛을 느끼고, 태평스럽게 깊은 잠을 잔다. 똑같은 생활의 반복 속에 짧은 여행이 새로운 활력소로 되었으면 한다. 다른 날과 다르게 조금 일찍 잔 다음날이다. 출발시간 1시간 전에 일어난 핑크가 여행 중에 먹을 계란을 삶는다. 어제 밤에 준비한 준비물에 삶은 계란과 다른 먹을거리를 넣는다. 아침 7시20분에 집을 나선다. 함안역에서 출발하는 순천행 기차를 탄다.


   자전거2는 나와의 여행에 이제 익숙한 탓인지, 아니면 더 성장을 했는지 말을 잘 따른다. 사진 찍는 것을 거부하는 일이 많았는데, 사진도 잘 찍는다. 자전거2는 어제 밤에 늦게 잤는지 기차 속에서 쉽게 잠이 든다. 나는 가끔 창밖을 보면서, 앞 뒤 사람들이 주고받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책을 읽는다.


   앞 뒤 좌측으로 젊은 연인들이 짝을 지어 앉아있다. 너무 좋아한다. 안고 입 맞추고... 공통적으로 모두 풀잎같이 연약해 보인다. 여자는 약해보이는 것이 이해가 되지만, 남자가 피부가 하얗고, 몸은 가늘고, 약해 보인다. 아무튼, 남자는 조금 더 단단하고 터프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20살 정도 아래의 연인들인데, 나도 그 정도의 나이로 잠시 착각을 한다. 아저씨가 총각인양.


   순천 역에 도착하여 여수행 직행버스를 탄다. 역 앞 간이 정류소에서 탑승이 가능하다. 인접 도시인 여수로 곧 들어간다. 여수터미널에 도착하여 육교를 건너 시내버스 정류소에서 첫 번째 관광지인 항일암행 버스를 기다린다. 40분 넘게 기다렸는데, 버스가 오지를 않는다. 항일암행을 포기하고, 오동도를 택시타고 이동한다.


   이 부분에서 불만이다. 항일암 가는 버스가 3개 노선이 있는데, 40분 동안 1대도 오지 않는다. 간단한 운행 정보라도 정류소에서 제공해 주었다면, 추운 곳에서 서서 눈을 부릅뜨고 40분이나 기다리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부분이 우리나라 관광에서 취약점이다. 어디를 가나 상세한 운행정보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흥~ 언젠가는 되겠지!


   오동도에 도착하여 먼저 유람선 시간을 알아본다. 항일암행 유람선은 전혀 운행이 안 되고, 돌산대교 유람선만 가능하다고 한다. 유람선도 포기하고, 걸어서 오동도 방파제를 따라 걸어간다. 동백나무 숲 사이로 미로처럼 난 안내 도로를 따라 관광을 한다. 해변에 있는 용굴을 보고, 전망대에서 여수 주변을 보고, 오동도를 한바퀴 돈다. 방파제를 따라 동백열차가 다니는데, 걸어서 오동도를 빠져나온다.


   오동도 입구 식당가에 웹 검색으로 나오는 식당 이름이 보인다. 오동도회관을 간다. 조금 비싼 한정식으로 늦은 점심을 먹는다. 자전거2에게 한번 사주고 싶었던 식사이다. 가격에 비해 음식은 별로다. 자전거2는 여러 가지로 다양하게 나온 음식에 좋아한다. 자전거2의 흐뭇한 표정을 보니 나도 기분이 좋다.


   산 넘어 보이는 돌산대교를 간다. 눈에 보이기에 도보로 이동하기로 한다. 가는 중간에 해양시민공원이 있다. 어린이부터 할아버지까지 볼 수가 있고, 줄줄이 낚시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크고 작은 작은 배들이 지나다니고, 더 멀리에는 돌산대교가 보이고... 좋은 시민공원으로 예정에 없었던 좋은 곳을 본다. 건너편에 보이는 돌산대교인데, 걸어도 걸어도 끝이 없다. 그냥 택시를 타고, 돌산대교 공원으로 간다. 공원에서 잠시 머문 후, 돌산대교를 걸어서 건너간다. 남해대교는 차들이 지날 때 많이 휘청거리는데, 돌산대교는 거의 움직임이 없다.


   시내방향으로 걸어가다가 택시로 문수동성당으로 간다. 미사를 보기 위해 갔는데, 항일암 관광 취소로 시간이 1시간 정도 여유가 생긴다. 문수동성당 미사를 포기하고, 순천으로 이동하여 순천터미널 근처에 있는 저전동성당에서 미사 참례하는 것으로 일정을 변경한다. 순천으로 이동하여 터미널 근처 분식집에서 간단하게 요기를 한다. 미사시간에 여유 있게 저전동성당에 도착하여 미사참례를 한다. 미사 후 걸어서 순천역 근처로 이동한다. 편의점에서 야식을 사고, 편히 쉴 숙박지로 간다. 일반 모텔인데, 깨끗하고 시설이 좋다. 인터넷이 가능하고, 온수기가 설치되어 있다. 야식으로 라면을 먹고, 커피도 한잔 마시고... 자전거2는 너무 좋아한다. 자전거2는 컴퓨터에 게임을 다운받아 즐긴다. 조금 깊은 시간에 TV 방송에 영화 '미라2'를 한다. 자는 척하다가 일어나 함께 영화를 본다. 잘 만든 영화를 감상하고 깊은 밤에 잠을 청한다.

   알람소리에 눈을 뜬다. 어제 저녁에 준비한 간단한 아침 식사를 하고, 숙소를 나온다. 환한 맑은 날씨가 좋다. 춥지도 않고 관광하기 좋은 날씨다. 순천시티투어 버스를 탄다. 정해진 시간 내에 관광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피했는데, 그냥 시티투어를 선택한다.


   드라마세트장을 간다. 모든 집들이 진짜 집인줄 알았는데, 내부를 보니 합판을 만든 세트이다. 꼭 진짜처럼 잘 만들어 놓았다. 송광사를 간다. 송광사는 우리나라 3대사찰중에 하나로, 승보종찰 조계총림 송광사로 표현한다. 승려를 최고 여기는 사찰로 보국국사를 16분이나 배출한 곳으로, 현재도 150여명의 승려들이 수련하고 있다고 한다. 가이드의 자세한 소개로 유익한 관광을 한다. 식당가에서 점심을 먹고, 낙안읍성으로 간다. 실제 생활을 하고 있는 민속마을이다. 성곽으로 둘러싼 마을로 잘 보존된 곳이다. 어제 많이 걸은 탓인지 다리가 아프다. 순천만으로 간다. 순천만 선상투어를 먼저 한다. 배를 타고 가면서 순천만 일대를 본다. 자연 그대로이다. 끝없이 펼쳐진 갈대숲과 갯벌이 있다. 그리고 여기저기 철새들이 보인다. 장관이다. 선상투어 후 걸어서 갈대숲 일부를 걸어본다.


   시티투어를 이용한 순천 여행을 마무리한다. 친절한 운전기사와 안내자 덕분으로 좋은 여행을 마친다. 홈페이지를 통한 예약에서 이용까지 정말 편하게 잘 구성한 시티투어로 많은 분께 추천하고 싶다.


   함안행 기차 시간이 35분정도 남아서, 빠르게 인터넷으로 검색한 순천역 앞에 있는 흥덕식당으로 간다. 기차 시간 때문에 여유 있는 식사는 못했지만, 소문대로 저렴한 가격에 맛있는 음식이 나온다. 저녁을 먹은 후 빠르게 순천역으로 이동하여, 함안행 기차를 탄다. 다리가 아프다. 약한 체력을 느낀다. 평소에 적극적으로 운동을 해야 되겠다. 핑크와 저전거3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온다.


 

<경비(성인1고등학생1) 237,850원>
함안-순천(train)15,200 순천-여수(bus)6,200 여수-오동도(taxi)3,500 오동도입장료2,200
점심한정식45,000 시민공원-돌산대교(taxi)3,000 돌산대교-문수동성당(taxi)3,000
여수-순천(bus)6,200 저녁+잡비13,350 숙박35,000
드라마세트장입장료5,000 송광사입장료4,000 낙안마을입장료3,000 순천만선상투어8,000
점심10,000 저녁10,000 순천-함안(train)15,200 선물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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