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기차
어느 해던가, 선너머 정노인, 당근 금이 좋다고 당근 심었지. 알콩달콩 키워서 처자 알종아리 같은 놈들을 그 얼마나 캤던고. 웬 걸, 그 놈의 당근 값이 똥값이 되어 차띠기 장사꾼도 포기하고 말았지. 그런다고 그 걸 내다버릴 양반 아니지. 암만. 곡기 끊고 주야장창, 때마다 당근만 깎아 먹었다지. 그 독한 양반, 겨우내 당근 하나로 버텼으니, 참. 그대로 봄이 오니 다시 삽날 팍팍 꽂는데 웬 힘이 그리 있던지. 눈빛은 또 어떻고. 아마도 이 소문이 나면, 몸에 좋은 거라면 못 먹는 게 없다는 양반들, 그때서야 바리바리 돈 싸들고 당근 찾아 전국을 헤맬지도 모르지. 근데 낭패야. 정노인, 제발 마늘농사만은 짓지 말아야 할 텐데, 아니라도 더운 여름 한 철 마늘만 먹겠다면, 나, 참, 환장할 일 아닌가. 안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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