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금단지

(퍼온 글입니다.)

임금님의 이발사가 있었다.
하루는 나무사이를 지나가는데 이런 유혹의 소리가 들려왔다.
"내게 황금이 일곱 단지 있는데 갖고 싶지 않니?"
이발사는 사방을 두리번거리다가 아무도 안 보이자 얼른 대답했다.
"갖고 싶고말고요. 주시기만 한다면야!"
"그럼 얼른 집으로 가봐. 안방 광 속에 틀림없이 있을 테니까."
이발사는 단숨에 집으로 달려가서 광을 열어보았다.

과연 광 속에는 황금 일곱 단지가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런데 여섯 번째 단지까지는 황금이 가득가득 차 있는데
일곱 번째 단지는 반밖에 차 있지 않았다.

반밖에 차지 않은 단지가 늘 불만스러운 이발사는 이 단지를
황금으로 마저 채우려고 궁리했다.
이발사는 자기 집에서 값이 나갈 만한 물건을 모두 내다 팔고는 그 돈을 금으로
바꾸어서 일곱 번째 단지에다 쏟아 넣었다. 그러나 반단지는 이상하게 늘 반단지였다.
이발사는 허리띠를 졸라 매었다. 먹을 것도 죽지 않을 만큼만 먹고,
쓸 것도 쓰지 않는 구두쇠 중 왕초 구두쇠가 되었다. 반단지를 마저 채우기 위해.
그런데도 반밖에 차지 않은 단지는 매양 그대로였다.

이발사는 임금님께 봉급을 올려 주십사 하고 간절히 청했다. 봉급이 배로 올랐다.
매번 봉급을 몽땅 털어 금을 사서 단지 속에다 넣었다. 그러나 반단지는 반단지일 뿐.
이발사는 동냥질까지 나섰다. 오직 반단지를 마저 채울 욕심으로.
이발사의 여위고 궁상맞은 꼴이 임금님의 눈에도 역력하게 띄었다.

"무슨 좋지 않은 일이라도 있느냐? 전에는 작은 일에도 기뻐하고, 흡족해 하더니
 요즘은 걸신들린 사람 같구나. 혹시 너 일곱 금단지를 가진 게 아니냐?"
이발사는 깜짝 놀랐다.
"제가 황금 일곱 단지를 가졌다는 걸 누구한테서 들으셨습니까? 폐하!"
임금님은 껄껄 웃었다.
"나도 오래 전에 그 유혹을 받은 적이 있었거든. 하지만 그때 난 그 황금을
 내가 쓰거나 아니면 그냥 그대로만 저장할 수 있게 해달라고 청했지.
 그랬더니 단지가 사라지더구나.
 너도 당장 가서 그걸 되돌려 주어라. 그러면 전처럼 다시 행복해질 것이다."